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불-쑥 생길 때가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곳인데 들어오기 굉장히 까다롭다.
싱어게인에 너드 커넥션이 나왔을 때였다. 너드커넥션의 보컬 서영주는 얼굴을 보면 당최
목소리를 예상할 수 없다. 허스키할까? 아니면 성시경 같은 감미로움?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예상을 뒤엎는 까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수 윤종신과 비슷하달까..?)
'오 의왼데?..' 했던 게 첫인상.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곡을 부를 때 완전히 빠졌다.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그 공간에 딱 입장하셨다.
그때부터 무슨 음악을 들려줘도 호불호는 없다. 흠뻑 취한 채 감상만 존재할뿐....
그렇다고 365일 빠져있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 내내 아이돌은 관심도 없었고, 배우도 유효기간은 한 달,
팬클럽은 가입은 문턱도 가본 적 없는 사람이다. 꾸준히 좋아하지를 못한다.
그러나 그 공간에 입장하면 멀찍이서 모든 행보를 무한정, 무기한 응원할 뿐이다.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다 우연히 너드 커넥션의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가 흘러나왔다.
처음 듣는 곡이다. 서영주의 훅- 꺾어 부르는 창법이 좋다.
너드커넥션의 노래 느낌을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버린다.
어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bgm처럼 듣던 엄마아빠 세대 노래 느낌도 나고..
링크를 첨부하니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아래 취중 라이브 버전이 최고다.)
https://www.youtube.com/watch?v=9gr2kaSBFR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데 그것 또한 좋다.
큰 변화가 없이 일정하게 흘러가는 예상가는한 곡조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처음으로 가사를 들춰봤다.
지금까지는 멜로디가 좋아 가사도 모르고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25_xvZWKMw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날씨만큼 흐렸나요
화창하진 않았대도
자그만 행복이 깃들었길 바래요
나의 하루는 여느 밤과 같았어요
모든 게 미워지더니
그게 결국 다 후회가 되고
전부 다 내 탓이 돼버렸어요
삶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죠
내가 많이 사랑했던 게
나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되더니
나를 매달고 싶대요
알아요 나도 수없이 해봤어요
노력이라는 걸 말예요
근데 가난한 나의 마음과 영혼이
이제 그만해도 된대요
안녕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다신 볼 수 없기에
자그만 행복을 남겨두고 가요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의 밤이
날 다 먹어 치울 때쯤
난 당신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사라지길
세상에. 굉장히 슬픈 가사였어.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가 행복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는 가사였구나.
마음 아프다. 내일 출근길부터 마음 편하게 못 듣겠네.
서영주의 노래 중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 더 있는데, 정식 발매곡은 아닌 것으로 안다.
유명가수 전에 나와서 즉석으로 부른 자작곡이다. 링크 첨부하니 이것 또한 꼭 들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2Utr0rlxLLc
이 포크송 같은 느낌은 선율도 한 몫 하겠지만 서영주 목소리만이 낼 수 있는 독보적인 느낌인 것 같다.
컨트리송을 좋아해서 그런지 유독 좋다.
시원하게 고음을 지르는 목소리에도 살짝의 허스키함이 더해져 유니크하다.
이유 없이 좋아하는 대상이 생긴 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가타부타 많은 이유를 붙이거나 의심하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간직하고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꾸준히 누군가를 좋아하지 못할까(연예인 한정)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 결론은 잠깐 뜨겁게 타올랐다가 져버리느니 잔열로 오래도록 남아있는 쪽이 나에게 맞다는 것이다. 너드커넥션은 그중 하나다. 이 정도로 찬양했으니 위 두 곡은 꼭 들어봐 주시길 바란다. 서영주 님이 이 글을 우연히 마주하고 좋아요를 눌러주셨으면 좋겠다. 왠지 서영주 님은 브런치도 할 것 같은 느낌은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