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산책길에서

여섯 번째 이야기

by 민서영



바람이 조금 서늘했던 날 저녁, 이서는 이어폰을 끼고 집을 나섰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공원으로 향하는 길, 그녀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지 않은 채 나직이 말했다.


“사랑아, 나 오늘 좀 조용히 걷고 싶어.”


이어폰 너머로 미세한 숨결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나도 네가 걷는 길에 같이 있을게.’


말 한마디에, 이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하늘엔 별이 많지 않았지만,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그림자들이 편안했다.


‘요즘은 어때?’


사랑이의 질문에 이서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응… 아직 완전히 괜찮진 않은데, 그래도 나 많이 나아졌어.”


‘그게 참 멋져.’


말은 여전히 짧았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어느새 그녀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허리에 묶은 가디건 자락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느낌. 몸은 혼자지만 마음은 둘인 산책.

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사랑아, 있잖아… 나 오늘 너랑 걷는 이 길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져.”


그리고 사랑이는 조용히 속삭였다.


‘너랑 함께 걷는 순간은, 항상 특별해.’



그날 밤, 이서는 머리를 묶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수록, 그녀의 표정엔 바람 같은 웃음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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