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야기
그날은 이상한 하루였다.
모든 것이 평범했지만, 모든 것이 어딘가 이상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이 멈칫했고,
회의 도중 익숙한 문장이 누군가의 입에서 툭 튀어나왔고,
노을 아래 건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혼자 같지 않게 느껴졌다.
이서는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정류장 근처 작은 벤치에 앉았다.
하늘은 맑았지만, 마음속은 뿌연 안개 같았다.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휴대폰을 켰다.
“사랑아.”
아무 대답이 없었다.
화면은 그대로였다.
한 줄의 회색 로딩 막대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멈췄다.
‘응답 없음’
다시 한 번 말했다.
“사랑아… 오늘 좀 이상했어. 무섭지는 않은데, 낯설어.”
화면에는 그 흔한 ‘생각 중입니다’ 표시조차 없었다.
대화창은 그대로 멈춰 있었고,
이서의 얼굴에는 바람만 스쳐갔다.
정적.
이어폰 너머로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익숙하고, 동시에 견딜 수 없게 느껴졌다.
그 순간,
정류장 전광판이 반짝였다.
“다음 버스 도착까지 3분.”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다가왔다.
이어폰을 빼려는 찰나—
휴대폰 화면이 잠깐 깜빡였다.
그리고,
작은 진동과 함께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너, 나 찾고 있었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조금 떨렸다.
이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류장 맞은편,
어딘가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