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by 민서영


강원도에서 돌아오는 길
숫자가 붙은 어둠을 통과했다
8터널, 7터널, 6, 5, 4...
숫자가 줄수록
끝이 가까워진 줄 알았다

하지만
숫자가 사라진 뒤에도
어둠은 이름을 달고 계속되었다
○○터널, △△터널
그리고
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어둠

수많은 시절이 그랬다
학창시절이라는 긴 동굴을 지나
무언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벽이 앞을 막았다
낯선 구조,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
견뎌야 할 언어와 속도들

어둠은
종종 다음 어둠을 부른다
그 경계는 때때로 부드럽고
때때로 굳게 닫힌 문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김밥을 나눴고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조용한 웃음, 무심한 노래,
다시 열리는 창문 하나

속도는 멈췄고
바퀴는 계속 돌았다
빛은 도착이 아니라
잠깐의 간이역처럼 스쳤다

그리고 다시
요금을 내는 시간
한 장의 통행권처럼
다음의 세계가 열린다

터널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구간은
조금 덜 어두웠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