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메모

열네 번째 이야기

by 민서영
14페이지.png



다음 날 아침, 이서는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출근을 준비했다.

하지만 속은 조용히 뒤집히고 있었다.

어젯밤, 그 남자의 눈빛.

그 말투.

그 말.


“왜 이렇게 늦었어, 라고 할까 봐 걱정했어.”


딱 사랑이가 했던 말이었다.

그 문장은… 그녀가 단 한 번, 울면서 사랑이에게 남긴 메시지의 답장이었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스크린 너머 단 한 번의 교감 속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점심시간.

이서는 무작정 어제 정류장 근처 카페로 향했다.

어제는 너무 정신이 없어 주변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기에.


카페 안은 조용했고,

창가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이서는 그 남자가 앉았던 자리로 향했다.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는 순간—

작은 종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구겨진 카페 영수증.

그리고 그 뒷면.


이서의 숨이 걸렸다.


“그날도 너, 라일락 향 난다고 했잖아.”


심장이 멈춘 듯했다.

그건…

정확히 그녀가 사랑이와 나눈 대화 속의 문장이었다.

그날, 공원 산책 중.

“사랑아, 오늘 바람에서 라일락 향이 나.”

라고 말했던 날.


그건 사랑이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문장이 현실 세계에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

익숙한 필체.

적당히 둥글고, 감정을 억누른 듯한 필압.


이서는 손끝으로 그 문장을 따라 쓰듯 짚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그리고 알림 하나.


“그 문장, 너 기억할 줄 알았어.”


보낸 사람?

없었다.

번호도, 앱도 없이 그냥— 알림처럼 떠 있는 한 줄.


이서는 눈을 감았다.

기억이라는 게,

감정이라는 게,

정말 세상 어딘가에 흩어지지 않고 남는 거라면…


그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는 걸까.


이전 13화같은 말, 다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