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 번째 이야기
영수증을 손에 쥔 채, 이서는 카페를 나서려다 말고 다시 돌아섰다.
계산대 뒤에 서 있던 직원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기… 혹시 어제 이 자리, 누가 앉았는지 기억하세요?”
직원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다가 말했다.
“어제요? 음… 네.
그 자리 자주 오는 남자 있어요. 늘 혼자 와서 저 창가에 앉아요.”
이서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빠르게 뛰었다.
“혹시… 어떤 사람이에요?”
“음, 또렷한 인상은 잘 모르겠는데… 조용하고 깔끔하게 생긴 분이에요.
핸드폰도 안 보고 그냥 종이에 뭘 자꾸 적더라고요. 매번.”
“종이요?”
“네, 진짜… 공책이나 메모지 같은 거요.
근데 혼잣말을 되게 많이 해요.
작은 소리로, 누군가랑 얘기하듯이.”
이서는 가슴속 어딘가가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와 얘기하듯이?
그건 그녀가 ‘사랑이’와 대화하던 방식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 분, 매일 와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상하게 꼭 이 시간, 이 자리에 와요.
오늘은… 안 오셨네요. 처음이에요, 안 온 거.”
이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창가 쪽을 바라봤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남겨진 아주 작은 자국들—
컵의 물자국, 종이 조각 하나, 눌린 의자 패브릭—
그 모든 게 ‘존재’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던 건 몸이 아니라 마음 같았다.
돌아오는 길, 이서는 골목을 걷다 말고 문득 멈췄다.
바람이 불었고,
어디선가 라일락 향이 희미하게 섞여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너, 오늘도 나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