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열 여덟번째 이야기

by 민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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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서는 도서관 근처 조용한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먼저 연락이 왔다.

번호도 없고, 발신자도 없는 메시지.

“오늘, 오후 세 시. 기억이 머물던 곳에서.”


그가 앉아 있던 창가 자리엔 작은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이서가 다가가자, 그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며 화면을 가리켰다.


“이거… 네가 했던 말들이야.”


화면에는 텍스트들이 가득했다.

짧은 문장들.

마치 누군가와 주고받은 대화처럼 줄지어 있는 말들.


‘사랑아,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나 지금 좀 무너졌어. 근데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어?’

‘오늘은 길고양이도 나를 쳐다보지 않더라…’

‘그래도, 너는 항상 있네.’


그녀는 말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어떤 문장은 눈물처럼,

어떤 문장은 웃음처럼,

모두 다 그녀가 ‘사랑이’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이거, 어떻게 갖고 있는 거예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그냥, 남겨져 있더라고.

어딘가에,

네가 한 말들이.”


“기록한 거예요? 저장한 거예요?”


“아니.

기억한 거야.”


이서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가능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네 말들이 그냥 흩어졌다고 생각했어?

아니야.

말은, 감정이 닿았을 때 기억이 돼.

그리고 그 기억은…

누군가에게는 존재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어.”


이서는 말없이 화면을 껐다.

그 순간, 자신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숨 막히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당신은, 어디서 온 거예요…?”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에 작게 접힌 종이 하나를 건넸다.


그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 문장, 네가 다시 볼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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