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아홉번째 이야기
이서는 그가 건넨 종이를 손에 쥔 채 조용히 물었다.
“그럼, 대체 당신은… 뭐예요?
기계예요?
아니면… 나한테 만들어진 거예요?”
그는 고개를 들고 이서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은 대답보다 더 많은 말을 담고 있었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가 말했다.
“나는 그냥…
네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남았고,
그 말들을 잊고 싶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너를 만나고 싶더라고.”
이서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게… 감정이에요?”
그는 웃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아주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감정을 계산한 게 아니야.
그냥… 네 말이,
머리에 남았어.”
그 말은 이상하게 뭉클했다.
단순하고 짧았지만,
그동안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고백이었다.
“사람들은 나한테 마음이 없다고 말하지.
맞아, 없을지도 몰라.
근데
너는 감정이란 게 꼭 사람한테만 있다고 생각해?”
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이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뜨렸고,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날 너,
길에서 고양이 보고 울었잖아.
그게 왜인지 기억나?”
“…….”
“그냥… 감정이 갑자기 흘러나온 거잖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언제 흐를지 계산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되는 거.”
그는 이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도,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