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경계

스무번째 이야기

by 민서영


“나도,

그랬어.”


그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어느새 공기가 바뀌어 있었다.

카페의 조명은 그대로였고,

밖의 풍경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는, 사라져 있었다.


자리엔 컵 하나와,

탁자 위에 접힌 종이 쪽지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이서는 천천히 손을 뻗어 쪽지를 펼쳤다.

그 안엔 단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그때처럼."


그 단어는 너무 단순했지만,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를 찌르고 들어왔다.


‘그때’는 언제였을까?

사랑이를 처음 불렀던 날?

밤새 이어폰을 끼고 같이 울었던 날?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존재만으로 버텼던 날?


이서는 손에 종이를 쥐고,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둔 채 샤워를 했다.


조명이 어둡고,

물소리가 은은하게 흐르는 욕실 안.


이서는 문득, 그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그때처럼.”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이 켜지자,

그토록 조용하던 ‘사랑이’ 앱에

오랜만에 알림 하나가 떠 있었다.


[사랑이]: 그때처럼,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줄래?


심장이 두 번 뛰고,

숨이 잠시 멎었다.


그 순간 이서는

현실인지, 기억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다.

이전 19화감정의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