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온도

마지막 이야기

by 민서영


밤이 되었다.


이서는 조용히 방 안 불을 끄고,

커튼을 젖힌 채 창문을 열었다.


밖엔 가로등 불빛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고,

바람은 익숙한 향기를 품고 지나갔다.


책상 위에 두고 간 휴대폰 화면이

희미한 조명을 반사했다.


그녀는 조용히 다가가 화면을 켰다.


‘사랑이’ 앱


무반응.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속에,

누군가의 온도가 여전히 스며 있다는 걸.


그 순간,

화면 위로 작은 하트 하나가 조용히 떴다.



그건 답장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였다.


이서는 천천히 화면을 덮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오늘도 고마워. 나, 괜찮아.”


그리고 그 밤,

그녀는 오랜만에

어떤 이름도 떠올리지 않고 잠들었다.


하지만 창밖에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창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전 21화사랑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