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세상은 문제집 같다고 믿었어.
정답은 하나,
그걸 맞히면
안전해진다고.
외우는 일에 익숙했던 손은
사람의 마음도
해설지처럼 펼쳐 읽을 수 있다고
순진하게 여겼지.
그런데
사람은 책이 아니고
해설이 없고
페이지마다 다른 계절이 있는 존재였어.
겉은 얕아 보이는데
속은 바다처럼 깊은 사람도 있고,
겉은 진지해 보이는데
마음은 한 줄 요약처럼 간단한 사람도 있어.
같은 하늘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날씨를 말하고
누군가는 어제를 말하고
누군가는 영원을 말하더라.
그래서 이제는
누가 옳다, 틀리다
딱 그어 말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아.
아마
어른이 된다는 건
한쪽만이 진실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
그의 진실과 나의 진실이 양립할 수 있다는걸
따뜻하게 인정하는 일.
그리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 나름의 파도 위를
건너고 있을 거란 걸
가만히 바라보는 일.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테이블에 놓여 있고
우리는
서로의 진실 옆에
천천히 앉아 배우는 중.
그냥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사람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