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바다

by 민서영



사람들은 같은 세상을 산다지만
각자는 조금 다른 세계를 걷는다.
마음이 닿는 곳이 다르고
어디에 머무는지가 달라서.

눈에 보이는 것은 같아도
그것이 흔들리는 결은
각자의 내면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내면의 더 아래,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자리엔
말 없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기억 이전의 기억들,
이름을 갖기 전의 감정들,
형태 없는 빛과 어둠들이
조용히 출렁이는 공간.

우리는 그 바다의 파도 위에서
각자 자신의 세계를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한마디가
유난히 가슴 깊이 떨어지는 날이 있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과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
카페 옆자리의 스쳐가는 대화,
길에서 마주친 낯익은 표정 하나.

그 모든 우연들은
바다가 우리에게 건네는 기별이다.

연결은 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만남에서조차 시작되지 않는다.

같은 바다 위에서
같은 결로 흔들릴 때,
그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잠시였더라도
같은 파도가 된 사람들,
같은 숨을 나눈 순간들,
같은 떨림이 스쳐간 자리들.

우리는 떨어져 걷고 있었지만,
사실은
단 한 번도 바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