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잠들면
머릿속 어딘가에 작은 불이 켜진다.
그곳은 ‘심리조율실’이라는 야간 부서다.
낮 동안 분주했던 의식은
책상 위에 하루치 일을 내려놓고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그러면 그제서야
말이 없던 무의식 팀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억을 맡은 팀,
감정을 맡은 팀,
상징을 다루는 오래된 부서,
그리고 방향을 결정하는 자기(Self)의 자리까지
평소엔 서로 얼굴도 잘 못 보던 이들이
밤에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내면의 균형이 어디로 기울었는지 점검하며
하루 동안 흘러넘친 감정과
아무 말 못 하고 삼킨 마음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떤 조각은 너무 날카로워
그대로 둘 수 없어
부드러운 이미지로 감싸 옮기고,
어떤 생각은 묵혀둬도 괜찮아
보류함에 차분히 넣어둔다.
상징 팀은 종종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풍경과 이야기로 바꿔
보고서처럼 남기곤 하는데
우리는 그걸 꿈이라고 부른다.
꿈은 엉뚱해 보이지만
사실은 내 안의 여러 부서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만든
심리적 회의록이다.
그래서 꿈은
하나의 뜻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여러 부서가 동시에 손 댄 문서는
언제나 다층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날이면
조율실의 불은 오래 켜지지 못하고
팀원들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서류들을
책상 위에 그대로 남겨둔 채
서둘러 퇴근해버린다.
그런 아침이면
어디선가 설명하기 힘든 피로가 찾아오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잠에서 일어날 때
조금 더 가벼워져 있는 것은
그들의 야간 근무가
묵묵히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내 안의 세계가 스스로를 수리하는
가장 은밀하고 정직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