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늘 맑으려고만 했지
흙 알갱이 하나,
검은 물결 하나 섞이는 걸 두려워하며
자신 속으로 들어온 모든 탁함을
조용히 되돌려 보냈다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찌꺼기들을
주변에 쌓아두었는지 보지 못한 채
자연은 애초에
깨끗하기만 한 적이 없다
숲은 썩는 냄새와
새싹 냄새가 함께 나고
바다는 쓰디쓴 소금과
부드러운 빛을 동시에 머금는다
심지어 별빛도
어둠이 없으면
자기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도 너는
늘 ‘좋은 사람’이라는 투명한 병 안에서
자기 마음을 여과하고 또 여과했다
완전히 정수된 물은
살아있는 것을 품지 못한다는 걸
늦게 알았다
너의 착함은
너를 더 선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네 주변부터 서서히 썩게 만들고 있었다
네가 감당하지 못한 분노,
말하지 못한 “싫어”들이
말없이 흘러나와
관계의 바닥에 침전되었다
겉으로는 서로를 배려한다 말하면서
속으로는 조금씩
서로를 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선함은
한쪽으로만 흐르는 강이 아니다
때때로는
“여기까지야” 라고
물길을 돌려야 하고
때때로는
돌부리에 세게 부딪혀
흙탕을 일으켜야 한다
탁해지는 순간이 없으면
강은 강으로 흐르지 못하고
유리컵 속 장식물로만 남는다
그래서 이제야 안다
언제나 착한 사람으로 남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겠다는
조용한 공포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진짜 자연스러움은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선함과 악함이
같은 입을 나눠 쓰게 허락하는 것
“나는 너를 좋아하지만
이건 싫어.”
이 두 문장을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사람의 기후가 된다
너는 더 이상
유리병 속 맑은 물이 아니라
비 오는 날에는 흙이 섞이고
햇빛 아래선 반짝이는
한 줄기 살아 있는 강이 되려고 한다
조금은 탁해져도 괜찮다고,
그 탁함까지 함께 흐르게 둘 때
이상하게도
주변이 덜 썩는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이다
오늘의 너는
완벽히 착하지도,
완벽히 나쁘지도 않다
그저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오래, 함께
살아남는 선함이라는 것을
조용히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