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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국제학교에 적응시킬까?

초등영어교육전공 교사맘의 좌충우돌 아이 국제학교 적응시키기

by 트랄라샘


적응 한 달 만에 주의 레터를 받다!


아이가 싱가포르에 입성하고 한 달하고도 열 흘이 넘어갈 때쯤 우리 부부에게 정신이 확 들만한 이메일이 왔다.

우리가 가장 신경쓰고 있었던 ESAL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는 게 문제였다!


ESAL은 영어로 수업을 완벽하게 받기 어려운 친구들을 보충해 주는 고마운 클래스이다.

하지만 아이학교 ESAL선생님은 조금 까칠하신 남자분이라 아이가 지적이라도 받게 될까 봐 단도리를 해서 보냈었다.

안 그래도 아이가 아침에 학교가기를 싫어하며 보내놓고도 마음이 안 좋았었는데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받으니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

EASL선생님께 받은 이메일

적응은 잘하고 있는데 집중을 안 하고 불필요한 질문을 한다는 내용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랄까.....

아이가 학교생활이 재밌었는지는 하교할 때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어서 조잘조잘 학교생활을 표현하지 않는 남자아이지만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모습은 또 달랐던 것 같다.


안 그래도 같은 학년 다른 반에 친해진 한국아이가 있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즐겁게 놀고 있다고 이야기는 몇 번 했었다.

아이가 하교한 후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친구와 ESAL수업 때에도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아이말로는 그 친구도 평소에 지적을 좀 받는 친구라고 했고 아이들이 수업받으러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께서 따로 앉으라고도 하셨단다.


어찌나 속이 부글부글 끓던지!!

안 그래도 학교 다녀오면 부족한 영어공부 좀 시키려 해도 숙제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해서 딱한 마음에 푹 쉬게 했었는데...

엄마마음도 모르고 학교 가서는 그렇게 딴짓을 하고 있었다니....

아...잘해낼 줄 알았던 우리 아들이 어려움을 겪는구나...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이한테 수업시간에 대해서 단단하게 주의를 주었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 후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사실 선생님이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고 모르는 걸 물어봐도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레터를 한 번 쓸까도 생각했었다.

근데 우리 아이가 저런 태도로 공부하고 있었다니... 섣불리 레터를 썼으면 큰일 날 뻔했다!!!

EASL선생님께 보낸 회신

선생님께는 솔직하게 피드백해 주셔서 연신 감사하다고 하고 슬쩍 아이의 학교적응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를 했다.

아이가 언어문제로 적응하기 힘든 차에 EASL수업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를 보고 너무 반가워서 그랬던 것 같다고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변명을 덧붙였다.

아이에게 수업시간과 놀이시간을 확실히 구분하도록 집에서도 주의를 주겠다고도 했다.


사실 적응 한 달이 안 됐을 때 아이가 수업시간, 특히 Lietracy시간에 선생님께서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기가 말하는 것도 못 알아듣겠다며 "뭐라고?" 할 때 자신감이 없어진다고도 했다.

아이가 살짝 눈물이 핑 돌길래! 당연한 거라고 하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보통 국제학교 적응은 3개월 이상보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영유출신도 아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어디서 배워왔는지 문장에 Be동사를 붙인다. 내가 그때 붙여준 별명이 Be동사 마니아였다.

3학년 초반 싱가포르 오기 직전 다녔던 영어학원 영향이었던 것 같다.

성격이 FM인 우리 아들이 아는 영어문장에 어설프게 배운 문법적 지식을 곧이곧대로 접목시키니 같은 반 원어민 친구들이 듣고 기도 안 찼을 것 같다.


그때 담임선생님께 아이가 겪는 어려움과 학교에서 배우는 교재를 미리 예습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는 다행히도 친절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는 분을 만났다.


아이가 적응하는데 적극 돕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또 학교에서 교재를 100%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곧 숙제가 나가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추후에 우리가 원할 때 상담을 하자고도 했다.


그냥 아이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뉘앙스에 마음이 놓였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영국에서 올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새로 오신 선생님이셔서 오리엔테이션 할 때 싱가포르 적응기에 대하여 나누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과는 이래저래 래포가 형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할 때 따뜻하게 대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아이에 대한 일에는 그런 것 같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보다 자식에게 잘해주고 챙겨주시는 분께 더 감사하고 그런 것 같다!!


적응 한 달 만에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한 학기를 보낸 우리 아이는 방학을 맞았고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아이는 적응을 꽤 잘 해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이번 방학에 여러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어떻게 한 학기를 보냈는지는 다음 편에 학교 입학부터 차근차근 소개해 드릴 예정이다.

학교수업, 친구관계, 학부모들과의 관계, 적응을 위해 아이가 하고 있는 공부, 또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알러지 이야기까지 조목조목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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