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스(BEAMS)의 서울 팝업을 보며
며칠 전, 잠실 에비뉴엘에 오픈한 빔스(BEAMS) 팝업스토어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단순히 ‘편집샵’이라기보단, 하나의 문화와 태도를 제안하는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이번 팝업은 그들의 다섯 개 레이블(‘BEAMS’, ‘BEAMS BOY’, ‘Ray BEAMS’, ‘bPr BEAMS’, ‘TOKYO CULTUART’)을 함께 소개하면서도,
익스클루시브 아이템, 콜라보 제품,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의 체험형 워크숍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물건을 ‘판매’하는 자리가 아니라, 브랜드의 분위기, 세계관, 리듬감을 보여주는 일종의 무대였습니다.
20년 가까이 패션 브랜드를 기획해 오며 저는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브랜드는 말보다 ‘느낌’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사람의 뇌에 남기보다, 감정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쇼윈도나 광고 한 장면이 아니라,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공기’처럼
디테일하게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내는 것이죠.
빔스의 팝업은 그 점에서 탁월했습니다.
진열대 위에 놓인 하나의 셔츠보다,
그 옆에 꽂힌 포스터와 손글씨,
직원이 입고 있는 무심한 티셔츠,
그리고 종이백 안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까지.
브랜드는 말하지 않아도 말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을 엽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품 홍보’, 혹은 ‘짧은 반짝 매출’을 위해 기획되죠.
반면, 빔스는 이번 팝업을
한국 소비자와 브랜드의 감정적 접속을 시도하는 접속지점으로 설정한 듯 보였습니다.
익숙한 일본식 그래픽과 기획, 컬러감 있는 제품 라인업에 더해
한국 소비자를 존중하는 방식이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기분’을
공간 전체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딩은 결국 **‘우리 브랜드가 어떤 존재감으로 사람들의 삶에 남을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 관점에서 이번 빔스의 접근은 굉장히 세심하고 전략적이었습니다.
요즘 브랜드들은 너무 바쁩니다.
유행을 좇고, 트래픽을 채우고, 검색어에 오르기 위해 소리칩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오래 남으려면
속도를 늦추고,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빔스는 그걸 알고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짧은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브랜드입니다”라고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말해주는 느린 브랜딩의 좋은 사례였습니다.
브랜딩은 결국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감정적인 거리를 좁혀가는 일입니다.
빔스는 팝업스토어라는 공간을 통해
그 거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좁혀왔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그들의 ‘존재 방식’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저는, 제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면
이렇게 스며들듯 다가가는 방식을 택하고 싶습니다.
브랜딩은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