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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비오 Dec 17. 2023

자기 진실성의 완전한 회복

불안한 현대사회 - 찰스 테일러

 인류 문명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문명의 진화와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이끌고 있는 인간이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소외감과 외로움,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회적 불안감은 인류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할 청년 세대에게 있어 불안감과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영미 문화의 대표적인 철학 사상가이자, 정치 운동가이며 가톨릭 신자인 찰스 테일러는 현대사회의 불안함의 원인을 ‘자기 중심적’인 현상 속에서 이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초판이 나온 지 20여년(개정판은 2019년 발행)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가 주목하고 말하고 있는 내용은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안함’, ‘소외감’ 등의 원인을 찾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희망’을 상실한 최근의 청년 세대들의 상황을 그저 개인의 무기력함과 무능함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테일러가 주목한 개인주의와 세속에 대한 감수성이 오늘의 청년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본다.


 가톨릭 교회도 테일러에게 ‘2019년 라칭거상(‘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재단’이 신학적 분야에서 탁월한 공헌을 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여하기도 했는데, 이는 테일러의 문제 제기와 대안의 방향이 현대사회를 성찰하고 특히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피상적이거나 운명론적 낙심에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서구의 세속화를 다룰 수 있게 해줍니다. (…) 그리고 현대 문화를 성찰하는 데 뿐만 아니라 깊은 대화와 식별을 하려면 이런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 시대 안에서 신앙을 살고 증거하며 표현하고 선포할 수 있는 영적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라며 이 책의 의미를 부여하셨다.


 테일러는 책에서 현대사회의 불안의 원인을 ‘개인주의의 만연’, ‘도구적 이성의 지배’, 그리고 ‘정치적 자유의 상실’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진실성’의 복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인간을 결코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고립된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하나의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성장, 발전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관계하는 타인들, 즉 ‘의미있는 타인들’과의 의사 교환을 통하여 언어들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이런 의미에서 결코 ‘독백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책 본문 中>


 하지만, 산업화와 전세계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이면의 근대 개인주의 문화는 자기 중심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와 동떨어진 ‘파편화된’ 형태로 진화하며 ‘자기 진실성’의 이상을 살리지 못한다고 테일러는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나의 모습은 어떻게 사회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채 ‘효율’만을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며 존재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정의하는 일이란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의미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현존재를 중요한 문제들의 지평 앞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사회 혹은 자연의 요구들에 ‘정면 대립’하면서, 역사나 연대적 고리를 ‘차단’해가면서 오직 자기실현에만 골몰하는 현대 문화의 생활 양태들 속에서 이상은 스스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책 본문 中>


 아울러, 테일러는 심화된 개인주의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공동체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 발전하는 ‘역사적ㆍ문화적 존재’로서 의미를 가져야 하고, 진정한 의미의 ‘자기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에게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연관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화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폐쇄주의’‘극단적 주관주의’가 아닌 공동체 안에서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을 설정하며 진정한 ‘자기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모든 형태의 개인주의나 자유와 마찬가지로 자기 진실성은 ‘책임을 지는 시대’를 연 것이다. 이런 문화가 발전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보다 더 자기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 자기 진실성이 우리 자신에의 진실이고 우리에게 고유한 ‘현존재의 느낌’의 재발견이라고 한다면, 이런 느낌이 우리를 보다 더 넓은 전체(세계)로 연결시켜준다는 것을 인정할 때에만 우리는 이런 자기 진실성을 정합적으로 성취해낼 수 있을 것이다.” <책 본문 中>


 지금 사회는 근대 사회 발전과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 왔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이제 ‘과학 중심주의, 기술 중심주의’를 넘어 ‘과학 만능주의’, ‘기술 만능주의’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非과학적이고, 심지어는 미신처럼 치부해 버리는 경향도 커지고 있고, 인간의 존엄과 공동의 가치보다는 기술의 발전을 통한 외형적 성장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 4차 산업 등 극변하는 사회 흐름과 기술 발전 속에서 점점 더 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주체로서 ‘인간’은 존엄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이 무엇 때문에 중시되어야만 하는지를 우리가 이해하게 된다면 기술은 보살핌(배려)의 윤리를 통해 저절로 통제받고 새로운 틀 안에 묶이게 될 것이다. (…) 우리는 기술을 우리 문화에 존재하는 도덕적 원천의 하나인 실천적 온정의 윤리라는 도덕적인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 우리는 결코 시장 제도를 철폐할 수 없지만, 오로지 시장의 원리만으로 사회조직을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다. (…) 현대사회를 다스리는 일은 서로를 약화시키는 여러 요구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균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책 본문 中>


 사회적 소외 현상까지 가속화되고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계층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일러가 말하고 있는 개인의 좁은 이해를 넘어 있는 사회나 자연의 요구를 수용하고 동시에 역사나 공동체적 연대 고리를 회복하면서 우리 자신의 내면의 진실성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평을 열 수 있으리라 공감해 본다.


 아울러, 우리의 미래에 다가올 후손들까지 생각한다면 그저 나 혼자 만족하고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적인 연대의 힘을 강화하는 것 또한 모든 사람들의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합리와 효율만을 최우선시 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 윤리적인 규범과 정신의 타락 등의 또 다른 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생각해 본다.


 즉,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연의 삶’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공동의 정치적ㆍ문화적ㆍ사회적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속한 정치사회를 자신의 공동체로 받아들이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가 바로 파편화된 사회이다. 공동행위의 부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하도록 함으로써 원자주의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 저항의 정치는 민주적인 의지 형성의 정치이다. (…) 이 시대의 문화 투쟁에 몰두하는 진지한 시도는 결국 민주적 권한 부여라는 정치의 추진을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기술을 새로운 틀 안에 묶어두려는 정치적 시도는 파편화 현상에 저항하고 전복하는 일이다. (…) 기술을 새로운 틀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시장과 관료주의적 국가가 야기하는 원자주의와 도구주의의 경향을 역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정치적 행동이 요구된다.” <책 본문 中>


 테일러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기 진실성의 이상’을 회복하는 것이 불안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딱 맞아 떨어지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위대함’과 동시에 ‘비참함’으로 특징지어 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테일러가 말한 ‘자기 진실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우리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까지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비록 2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마치 지금 시대를 통찰하고 쓴 것인 양 현대사회는 테일러가 지적한 문제점들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개인주의를 이해하는 데 통찰을 제공하고, 또 다른 시대를 이끌어 갈 청년 세대들과의 대화와 이해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근대 서구의 역사에서 개인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깊이 있게 통찰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개인주의로 인한 삶의 의미 상실’이라는 현대사회의 ‘질병’이 되어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인, 특히 청년들에게서 잘 보이는 진정성과 상호 존중에 대한 추구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상대주의나 무관심, 파편화, 여러 형태의 중독, 분노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연민을 갖고 경청하고 동반할 수 있는 지적인 자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후손들이 살아갈 ‘생활 근거지’ 자체가 근원적으로 파괴되어 죽어가고 있는 ‘생태학적 위기’라는 비극적 현실을 자초하였다. (…) 전 세계를 지배해 온 근대 이성의 자연 지배적인 태도가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해야 할 고도 기술 문명 시대의 새 윤리의 정립이 요청되는 것이다.” <옮긴이 부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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