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런던. 8시간의 시차를 건너뛰어 지구 반대편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풍경과 새로운 문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버킹엄 궁전, 빅벤, 런던아이, 박물관 등등 가야 할 곳도 많고 봐야 할 것도 많다. 하루종일 바삐 움직여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와이파이가 연결되면 한국에 연락했다. 친구들은 새로운 경험중인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덩달아 즐거워하기도 했다. 내가 있는 그 나라는 얼마나 멋진지, 여행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궁금해했다. 페이스북에 여행 사진을 올릴 때면 '좋아요'를 누르는 알람이 계속 울렸다.
그런데 부모님과 목사님은 조금 달랐다. 부모님은 내 전화를 받자마자 "밥은 먹었니?"라고 물었다. 목사님의 첫마디도 역시나 "밥은 먹었니?"였다.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첫 마디에 들떠 있던 나의 마음이 멈칫한다. 어른들이 가장 궁금한 건 내가 밥을 잘 먹고 다니는지였다. 행여 타지에서 굶고 다니지는 않는지, 외국 음식이 입맛에는 맞는지를 궁금해하셨다. 굶지 않고 맛있게 잘 먹고 다닌다고 대답을 하니 그제야 여행은 어떤지, 재미있는지를 물어보신다.
문득, 어른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나를 정말 깊이 생각해 주는 사람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 안부가 중요한 사람들. 바삐 움직이던 마음이 이내 차분해졌다. '밥은 먹었니'라는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이 컸다. 더없이 고마워졌다. 이전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이 한마디가 나의 여행길을 따뜻하게 비추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