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가 있는 도서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도서관을 찾은 것은 중학교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도서관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당시 시험 공부를 위해서 친구와 함께 찾아간 도서관이 안양에 위치한 만안도서관이였다. 만안도서관은 당시에 우리집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10-15분 정도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더운 여름에는 그 언덕길을 오르내리는게 상당히 힘든 일이였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자판기에서 시원한 캔음료를 뽑아서 친구와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만안도서관은 오래된 편이였다. 건물은 오래되었으며 책들 역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공부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오면 어른들은 도서관 근처 곳곳에서 담배를 펴댔었다. 담배 냄새를 피해다녀야했지만 그래도 나는 도서관이라는 장소 자체가 좋았다. 가득 책이 쌓인 공간 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행복감이 있었다.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책들을 하나씩 꺼내서 목차를 살펴보고 머리말을 읽는게 좋았었다.
다음으로 가 본 도서관은 안양에 위치한 호계도서관이였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위치해서 평지에 있어서 만안도서관에 비해서 수월하게 갈 수 있었지만 시설은 역시 낡았었다. 이 곳도 역시 시험 공부를 하러 많이 찾았었다. 공부를 하다 지칠때 잠시 머리를 식히러 종합 자료실로 책을 구경하러 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안양에 최신 시설에 도서관이 생겼다. 바로 석수도서관이다. 이 곳은 당시 집에서 도보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도서관 지하에는 식당이 있고 3층에는 디지털자료실이 있는 곳이였다. 이 곳 디지털자료실에는 컴퓨터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최신 DVD도 대여해주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나는 새 건물에 최신 시설의 이 도서관에 매료되었었다. 할 일이 없는 주말이면 도서관에 놀러갔었다.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다 보면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2004년 잘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홀로 재수 생활을 했었다. 나에게는 가장 추억이 많은 도서관이다.
결혼 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와본 아산에서도 나는 도서관을 자주 방문했다. 당시 집에서 10분 거리에 배방도서관이 있었는데 이 곳 역시 시설이 낙후했었다.(아래 사진은 리모델링을 하고 난 이후의 사진이다. 내가 처음 이 곳에 갔을때는 더 낡은 곳이였다.) 그래도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음에 감사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었다. 어린이 자료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편하게 책 한권 읽어주기가 힘들었다. 아이가 조금만 소리를 내도 사서 선생님은 다가와서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셨었다. 우리에게 도서관은 책 빌릴때만 잠시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2014년 아산에 중앙도서관이 개관을 했다. 개관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구경갔다. 새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정원 속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중앙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도서관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거야?' 나는 괜시리 도서관 바로 앞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각 층마다 여유있고 넓직한 좌석을 갖추고 있었다. 어린이 자료실은 아이들과 함께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 눈치를 보지 않게 되었다. 물론 도서관에서 큰 소리를 내는 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서 나도 아주 싫어한다. 이쯤부터 어린이 자료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작은 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 이후에 아산에 생긴 온샘도서관 역시 아이들이 많은 아산의 영향때문인지 어린이 자료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꿈샘어린이청소년 도서관도 역시 좋다.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다. 안내 로봇도 있어서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로봇과 함께 사진도 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새롭게 개관한 배방복합커뮤니티센터도 역시 멋진 곳이다. 도서관 건물에 수영장, 체육 시설도 있어서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제는 작은 아이가 배방 월천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듣게 되어서 월천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2024년 12월 27일 개관한 도서관으로 아산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도서관이다. 이렇게 좋은 도서관들이 계속해서 아산에 생겨서 좋다. 1층은 일상공감라운지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2층은 영유아자료실로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이 놀면서 책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3층은 어린이자료실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들과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있다. 4층은 일반자료실이다. 5층은 티키타카존이라고 해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만화책도 있고 게임기도 있었다. 곳곳에 놓여있는 빈백의자에서는 편안함이 묻어났다. 해먹그네에서 아이들은 누워서 쉬기도 하고 책도 볼 수 있다. 사진만 보면 도서관이 아니라 교외에 있는 커피숍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게임도 함께 하고 친구와 함께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편안한 행동들을 보자 보고 있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던 곳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소,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언제든 찾고 즐기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도서관들이 얼마나 더 멋진 공간이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