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언젠가 나만의 책을 내고 싶다는 것은 나의 오래된 꿈 중 하나였다. 중학교 시절 소설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을 동경하면서부터 꾸었던 꿈이였다. 하지만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랐다. 책만 읽을 줄 알았지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배워본 적이 없었다. 대학원 시절 졸업 논문을 쓰면서 알았다.
'나는 글을 못쓰는구나.'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건 초라한 나의 글쓰기 실력이였다. 간신히 논문을 완성해서 졸업을 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날 인정해야 했다. 나에게 글을 쓰는데 천부적인 재능은 없었다. 더는 글을 쓸 일도 없었고 어떻게 써야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어느 날 아는 지인으로부터 동네도서관 문화프로그램 중에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라는 글쓰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수업을 들으면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혼자서는 쓸 수 없으니 강제성이 있으면 쓰게 될지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수업을 신청했다. 내 수업을 신청하고 나서 도서관 수업을 둘러보다 보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프로그램 '나도 어린이 작가 되기'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당시 6학년이였던 큰 아이는 선뜻 수업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4학년이였던 작은 아이는 글을 쓸 자신이 없다며 수업 듣기를 망설였다.
"잘 쓰지 않아도 되. 글쓰기 수업 처음이잖아. 한 번만 들어보자."
나는 작은 아이를 설득했다. 작은 아이는 결국 내 설득에 넘어왔고 두 아이 모두 수업을 신청했다.
나는 도전을 잘하는 성격임에도 어디든 처음 갈 때는 긴장을 많이 한다. 수업 첫 날, 긴장감인지 설레임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을 안고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문을 들어선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들 처음이라 어색해서 마땅히 할게 없으니 들어오는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해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교실 가운데에는 수업을 해주실 작가님이 계셨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글쓰기 실력은 누구나 향상될 수 있다"
작가님은 희망적인 말씀과 함께 '거침없이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첫 날 수업을 함께 듣는 분들과 함께 '거침없이 쓰기'를 7분 동안 하고 함께 쓴 글을 나누어 보았다. '거침없이 쓰기'는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글쓰기 방법이였지만 거침없이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 날부터 단어, 문장들은 내 머릿속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잘쓰든 못쓰든 내 안에서 터져나오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거침없이 적고 싶어졌다.
우리 아이들은 그동안 글쓰기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했었다. 내 수업을 해주시는 작가님이 아이들 수업도 해주셨다.
"서툴러도 된다. 자유롭게 거침없이 써보자."
작가님은 아이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하셨다. 아이들은 작가님의 수업 방식을 아주 좋아했다. 특히 글쓰기에 자신이 없었던 작은 아이는 수업 첫 날 거침없이 7분 동안 쓴 소설을 친구들에게 읽어주었는데 친구들이 아주 재미있어했다면서 글쓰기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아이들은 8주의 과정 동안, 나는 10주의 과정 동안 우리는 거침없이 글쓰기를 즐겼다. 그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글쓰기+나=신'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나는 '글에서 괜찮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과 나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각자 자신만의 책을 내보는 것이다. 나는 거기다가 브런치 인기작가가 되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우리의 글쓰기가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