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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무슨 농구야!

by 커피마시는브라운

2020년부터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집에서 며칠 동안 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성장하는 시기에 아이들은 적당한 활동을 하지 못했고 평소 잘 먹는 큰 아이(지니)의 몸무게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코로나의 기승이 한풀 꺽인 2022년 여름날 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지니 살이 너무 많이 쪘어. 줄넘기라도 보내야 하나 고민이야."

"혹시 농구 시켜보는 건 어때?"

"여자애가 농구를?"


내 사전에 여자가 농구를 한다는 것은 없었다. 나에게 농구와 축구처럼 격한 운동은 남자들의 전유물같은 것이였다. 많은 여자농구 경기를 보고 여자농구 선수들을 자주 봐왔지만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였다. 대부분 키가 180cm 가까이 되는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였다. 나와 우리아이들은 키작녀로 그런 뛰어난 조건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쩌다 가끔 여자 아이들 중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건너들은 적은 있었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다. 내 고정관념 속 여자아이들이 배울만한 운동은 줄넘기, 태권도, 수영 여기까지였다. 평범한 여자아이가 취미로 농구를 배운다니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나에게 제안을 했던 지인의 아이도 역시 남자아이였다.


"농구 경기는 너무 격하잖아."

"농구하면 키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잖아. 직접 농구 학원 가보면 여자애들 생각보다 많아. 한 번 가봐."




아이들의 키에 평소에 관심이 많던 나는 농구가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말에 우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나는 지인이 다니는 농구 학원에 전화를 걸어서 체험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간 수업에 15명 정도 되는 아이들 중에 여자아이들이 4명 있었다.


'여자아이들도 농구를 하는구나.'


나는 농구하는 여자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고 신기했다.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간단히 슛을 하는 법을 배우고 슛 연습을 했다. 당연히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 2학년이던 작은아이(써니)는 골이 농구 골대에도 닿지 않았다. 아이들 학원이라서 골대가 더 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골대와 높이가 같았다.


'키가 작은데 연습을 한다고 과연 저기에 슛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른 여자아이들은 제법 능숙한 실력으로 한 번씩 골대에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작은 아이와 비슷하게 보이는 남자아이들도 높은 골대에 골을 성공시키곤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슛 연습을 시키고 나서 드리블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첫 날이니 서툴고 어색한게 당연했다. 공은 아이들의 손을 피해서 멋대로 굴러가기도 했다.

드리블을 하고 나니 선생님은 아이들 편을 나누셨다. 연습 경기를 하는 것이였다. 농구 경기가 처음인 우리아이들편에는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경기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해주셨다.

경기 중 한 여자아이가 크지 않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로 남자아이들를 제치고 멋진 레이업으로 골을 넣었다. 골을 성공시킨 아이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아이는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안의 고정관념 중 하나가 깨졌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 안에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만든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프로여자농구 경기를 제외하면 그 어디에서도 난 농구하는 여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길거리의 많은 농구장들에서 남자들만 이용하고 있었다. 멋지게 레이업을 성공하는 아이를 보면서 '여자도 농구를 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 역시 우리 대다수의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였다. '여자들도 축구를 하고 싶다. 여자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여자들도 축구를 재미있어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남성 전유물이였던 축구라는 운동을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도록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기회와 경험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놓치며 살아온 걸까.


그 날의 참관 수업 이후 우리 아이들은 일주일에 2번씩 농구 수업을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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