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나는 스포츠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였다. 90년대 농구 전성기 주변 사람들이 농구 이야기를 할 때도 관심이 없었다. 문경은, 서장훈, 현주엽, 우지원 등 90년대 쟁쟁한 농구 스타들이 있었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1994년 농구 드라마였던 '마지막 승부'가 인기를 끌면서 농구에 대한 인기는 절정에 달했었다. 그나마 내가 유일하게 농구에 관심을 보인 것은 슬램덩크라는 만화였다. 풋내기 농구선수였던 강백호의 농구 성장기를 그린만화로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슬램덩크가 하는 시간이 되면 나는 티비 앞에 달려가 앉아 있었다.
농구공을 만져 본 기억은 학교 체육 시간을 제외하면 없었다. 체육 수업 시간에 농구 규칙을 배우고 농구 슛을 연습하는 수업이 있긴 했지만 역시나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내가 던지는 골은 골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우리 학교는 체육 수행평가를 농구공으로 골대에 몇 골을 넣는지 가지고 평가했었는데 나는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2002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한일월드컵이 개최되었다. 고3이라는 신분도 잊고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붉은 옷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공원으로 나가서 큰 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었다. 그때 잠시 축구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이 관심 역시 오래가지는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야구경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친구들을 따라서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야구를 보러 몇 번 다녀와봤지만 야구 경기도 딱히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야구장은 친구들이 함께 가자고 하니까 가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결혼 후 아산에 살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친하게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아산에 여자농구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팀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브라운, 애들하고 우리은행 여자 농구 경기 보러가봐. 작전 타임 시간이나 쉬는 시간, 하프타임 시간때 이벤트도 많이 하고 치어리더들도 있어서 애들도 재미있어해."
지인의 이야기에 아산 이순신 체육관에서 있는 경기 티켓을 예매해봤다. 2018년 당시에는 우리카드가 있으면 응원석 자리를 3000원씩에 예매할 수 있었다. 티켓 수수료까지 하면 일인당 4000원에 농구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이였다.(물론 지금은 카드할인이 없어졌다. 지역 할인만 있고 금액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올랐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018년도 여자프로농구를 보러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응원소리와 경기장의 열기가 날 사로잡았다. 열기에 나는 약간의 각성상태가 되었고 청중들과 하나되어서 "우리은행","디펜"을 외치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우선 추운 바깥과 달리 농구장 안은 따뜻햇다.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추운 곳에 오랜 시간 있는게 신경쓰였는데 농구장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 예상보다 아이들도 열심히 응원을 했다. 작전 타임이나 쉬는 시간에 응원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한테 농구공, 간식, kfc상품권, 눙구팀 굿즈, 도고파라다이스 티켓 등을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하고 큰 소리로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산 우리은행 농구팀의 팬이 되었고 아이들과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경기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오늘의 경기가 어땠는지, 슛이 얼마나 멋졌는지 선수들과 농구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가지 못한 원정 경기가 있으면 영상을 함께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그렇게 2018년, 2019년 우리는 농구 경기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로 우리의 모든 일상이 정지되었다. 여자프로농구도 다른 스포츠들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우리도 역시 농구 경기를 보러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