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대회를 나갔다오니 아이는 농구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했다. 다가오는 대회에서는 꼭 주전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이 뿐 아니라 아빠의 눈도 반짝이고 있었다. 예전에 친구들 사이에서 농구 좀 했다는 아빠는 아이들의 농구 코치를 자처했다. 우리는 시간이 날때마다 연습을 위해서 동네 농구장들을 순방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트렁크 속에는 연습용 농구공 4개가 항상 함께 다니게 되었다. 농구를 연습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있으면 우리 가족은 주저없이 트렁크 속 농구공을 꺼내왔다.
우리의 농구 연습은 슛부터 시작했다. 자유투 자리에서 슛 100개, 농구골대의 양쪽 사각형 라인에서 슛 100개, 오른쪽 왼쪽 레이업 슛 100개씩 등. 우리집에는 용돈이 따로 없다. 우리 아이들은 집안일, 운동이나 자기가 해야할 일들을 해서 자기 용돈을 벌 수 있는데 농구 슛 연습을 하면 용돈을 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한 골에 50원씩을 주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가면서 한 골에 20원, 한골에 10원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나중에 아이들은 1시간 정도 슛 연습을 하면 용돈으로 2000-3000원을 벌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의 용돈이 늘어가는 만큼 아이들의 실력도 향상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장 안에 있는 농구 골대에 가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낡은 농구골대로 운동장에 우두커니 한 개만 있는 농구골대였지만 연습할 곳이 가까이 있어서 감사했다. 하지만 학교 운동장은 모래로 되어 있었고 10분만 연습을 해도 우리는 옷 뿐 아니라 몸 전체에 흙먼지를 뒤집어 써야했다. 우리에게는 농구 운동을 연습할 수 있는 다른 장소가 필요했다.
다음으로는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하천 옆 공원에 있는 농구장에 가보았다. 농구 골대도 2개나 있고 하천의 경치도 구경하면서 농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더군다나 바닥은 우레탄으로 되어 있어서 모래 운동장에 비하면 훌륭했다. 하지만 그 농구장은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중고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와서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골대가 비어 있지 않은 날도 많았다. 어느 날 비어 있는 농구 골대에서 신랑없이 아이들과 농구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농구를 하던 남자아이들 무리가 우르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농구 골대 바꿔주시면 안되요?저기 골대 그물이 망가져서요.'
"우리가 이 쪽 골대에서 먼저 연습하고 있었는데요..."
바꿔달라는 부탁이였지만 말투는 거칠었고 부탁이 아닌 거의 협박처럼 느껴졌다. 나는 황당한 요구에 순간 당황했다.
'아이들은 그물이 망가진 곳에서 농구를 해도 괜찮다는 건가. 만약 내가 없이 아이들만 연습을 하고 있었다면 아무말도 못하고 농구골대에서 쫓겨났겠네. '
당시에는 당황해서 아무말 못했지만 말도 안되는 논리에 순간 마음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올라왔다. 하지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혈기 왕성하고 덩치 좋은 무리의 남학생들이였다. 그 남학생들 무리가 중간 중간 쳐다보며 눈치를 주었다. 결국 아이들과 조금만 연습을 더 하다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또 다른 날. 한 쪽 골대에서 우리 가족이 농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반대쪽 골대에는 다른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새롭게 운동을 하러 놀러 온 남자아이들 무리가 우리가 연습하고 있던 농구 골대에 와서 골을 함께 넣기 시작했다. 우리 농구골대도 아니기에 당연히 함께 해야 하는게 맞지만, 3명의 남자아이들의 빠른 스피드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연습을 다 하지 못했지만 쫓겨나다시피 농구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우리에게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농구장이 필요했다.
그때 집에서는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15-2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도서관 앞 공원의 농구골대가 떠올랐다. 그 도서관과 공원은 아파트 단지와 떨어져있어서 농구골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조금 더 멀더라도 그 곳으로 연습을 가기 시작했다. 가끔씩 농구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농구골대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주로 그 농구장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 농구장도 단점이 있었으니 농구 연습을 하면 손과 옷 앞쪽이 시커멓게 변한다는 것이였다. 그래도 실내 농구장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단점은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1년 반 전쯤 같은 아산이지만 10-1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우리가 이사를 온 곳 바로 옆에는 대학교가 붙어 있다. 우연히 들른 대학교의 농구장을 보고 우리는 그곳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 농구장은 농구골대가 총 6개가 있고 바닥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농구 연습을 아무리 해도 옷과 손이 더러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 학생들도 잘 이용하지 않을때가 많아서 농구 골대 6개가 모두 비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더라도 1-2개는 꼭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부터 이 농구장은 우리의 전용 농구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