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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농구 시합 한 판 하실래요?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아이들마다 타고난 성격과 능력, 자질이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같은 부모 밑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키운 것 같지만 두 아이는 너무나 많이 달랐다. 지니(큰아이)는 지적 호기심이 큰 아이다. 반면 써니(작은아이)는 몸으로 하는 것들을 대부분 잘한다.


두 아이 모두 같은 시간 농구 연습을 시켰다. 오히려 대회를 나가는 큰 아이를 위해서 처음에는 큰 아이에게 신랑이 더 신경을 써줬던 것은 사실이였다. 슛자세를 봐주더라도 큰 아이를 한 번 더 봐주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과 무관하게 작은 아이의 농구 실력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게 느껴졌다. 특히나 작은 아이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슛 결정력이 탁월했다. 우리는 게임으로 가족끼리 슛 대결을 하곤했다. 자유투, 페인트존(키 또는 제한구역) 양쪽 자리에서 각자 5골을 넣어서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사람이 이기는 대결이였다. 그런 식의 대결에서 작은 아이는 우리 중 대부분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농구장 사진.jpg <사진출처-pexels>


작은 아이의 태권도 2단 심사날. 우리는 심사를 보러 갔다가 근처에 있는 곳에서 농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반대편 골대에는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 두 명이서 농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농구를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중간중간 그쪽을 바라보던 작은 아이가 신랑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내가 저 아저씨보다 슛을 더 잘 넣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가서 슛 대결하자고 해봐."


장난처럼 던진 신랑의 말에 작은아이는 가서 자유투 대결을 해보자고 하겠다고 했다. I성향의 나와 큰 아이는 창피하다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는 농구공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저기요. 저랑 자유투 대결하실래요?"

"나랑?"

"네 아저씨랑요."


키 130이 간신히 넘는 허무맹랑한 꼬맹이를 보고 그 남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아이는 180은 되어보이는 남자와 자유투 대결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1미터 앞에서 슛을 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총 5골 넣기로 아이와 젊은 남자는 대결을 시작했다. 아이 슛 한번, 남자 슛 한번. 이런 순서로 아이와 남자는 정성들여서 슛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총 4골을 성공시켰고 그 남자는 3골을 성공시켰다. 나는 마지막에는 남자분께서 아이를 봐주셨다고 생각했다.


"너가 이겼네. 너 정말 농구 잘하는데."


대결이 끝나고 남자는 아이에게 악수를 청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는 어깨를 으쓱 한 번 하더니 웃음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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