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다시 시작된 떠돌이 인생
부랴부랴 짐을 싸서 도착한 호주는, 19살의 내가 처음 만났던 그 호주와는 확연히 달랐다.
익숙했다. 낯설지 않았다.
마치 내 나라에 돌아온 것 같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호주에 있는 작은 한국계 마케팅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난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됐다.
면접 당시 나를 뽑았던 매니저는, 막상 호주 현지에서 나를 보자마자 태도부터 지적하기 시작했다.
첫 출근 날, 버켄스탁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만졌다는 이유로 꾸짖었다.
사실은 업무가 너무 쉬워서, 나는 그날 할 일을 이미 다 끝낸 상태였다.
그의 꾸짖음은 업무와는 별개였다.
이민 1세대로 호주에 정착한 그의 눈에는, 내 태도와 말투, 자세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서 ‘예의 없음’을 봤고, 나는 그에게서 ‘권위주의’를 봤다.
나는 깨달았다.
그들은 호주에서 또 하나의 한국 사회를 만들고 있었다.
겉으로는 호주의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한국식 위계와 통제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진짜 호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또 다른 이방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업무 외적인 말투,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태도가 공손하지 않다는 이유.
그 모든 말들은 나를 향한 공격처럼 쏟아졌고, 나는 점점 숨이 막혔다.
나는, 더 나은 자유를 꿈꾸며 호주에 왔다.
그러나 그곳에는 한국보다 더 답답한 한국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국, 일주일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나는 왜 이렇게 떠돌이일까.
왜 항상 끝맺음을 못하는 걸까.
왜 나의 도전은 이렇게 용감하게 시작해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걸까.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고,
그 허무함은 나를 다시 떠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