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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May 08. 2024

<로미오와 줄리엣> 다양한 편곡 버전

함께 봐요

3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곧 다가왔어요. 이번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는 공연으로 케네스 맥밀란 버전입니다. 해외 발레 작품을 빌려올 경우 해당 재단에서 무용수들 캐스팅에도 관여를 하는데,  서희&다니엘 카마르고, 강미선&이현준을 제외한 나머지 캐스팅이 미확정이었습니다.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최초 캐스팅을 공개했을때 미확정 캐스팅에 대해서 맥밀란 재단이 오디션을 보고 있고, 의외의 무용수가 캐스팅이 될 수도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야무지게 공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 캐스팅을 공개했을 때 이유림 발레리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캐스팅 확정으로 되어있었고 발레 애호가들의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어느 무용수들이 출연하든 이번 공연은 모든 캐스팅이 기대가 되더라구요. 저는 서희&다니엘 카마르고의 캐스팅 공연만 예매했는데, 마음같아서는 다 보고 싶긴 합니다. 그래서 다른 날짜의 공연을 관람할 발레 애호가들의 후기도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오늘부터 매튜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시작이에요.


작년에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내한공연해 큰 호평을 받아었어요.


<호두까기 인형>만큼이나 다양한 버전이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안무가들은 왜 이렇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할까요. 그 이유가 바로 음악에 있더라구요. 들으면 들을수로 빠져드는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만 들어도 스토리나 장면이 연상되고 어떤 부분들은 영화 ost같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멋있고, 오케스트라 음향이 정말 재미있기까지 해요. 게다가 줄리엣을 상징하는 주제 선율들은 사랑스럽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 되 선율은 정말 로맨틱해서 음악 안에 극적인 요소와 인물들의 감정선, 그리고 춤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많은 안무가들이 안무 만들기 쉽다라고 생각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아닐까하고 저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wCr9cqVvxlbuj7fEfRG6FUtwSXSSZ8oP&si=Fv7Pjqr3PZ4PDVLo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레 작품으로 탄생시켜 히트를 친 안무가는 바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상주 안무가 존 크랑코입니다. 로열발레단의 무용수였던 존 크랑코가 동성애자인게 들통이 나 처벌을 피해 도망치듯 정착한 곳이 당시에는 이름없는 발레단이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었어요. 존 크랑코는 이곳에 정착해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해 드라마 발레라는 새로운 장르도 개척하고 작품 자체도 대박을 치면서 이름없던 발레단도 위상을 높였습니다.

https://youtu.be/vR2QmwYfWzM?si=KNb9h2n-vxboi7xH


존 크랑코의 이 드라마 발레는 로열발레단의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제로 이 두 분은 친분이 두터웠고, 존 크랑코가 여러모로 맥밀란에게 도움을 줘 맥밀란이 존 크랑코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https://brunch.co.kr/@1645b8e591c6476/44


아래 영상물은 예술감독은 프레데릭 애슈턴, 케네스 맥밀란 안무, 로열발레단의 전설이자 프리마 발레라나 앱솔루타였던 마고 폰테인, 소련에서 망명해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던 루돌프 누레예프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당시 누레예프는 새파란 20대 청년이었고, 폰테인은 스무살 이상 연상이었어요. 누레예프와 발레 커플이 되기 전 나이 40이 넘은 폰테인은 발레리나로서의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20대의 누레예프가 로열발레단의 무용수가 되면서 둘은 발레 커플이 되었고, 젊디 젊은 누레예프와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면서 폰테인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영상을 보다보면 두 분의 케미가 환상이라는 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버전입니다. 야성미 넘치는 누레예프와 폰테인만의 원숙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이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숙성된 엄청난 시너지를 내게 된 고전중의 고전입니다.

https://youtu.be/1LLUovLKbY4?si=fymPJakCX9_X2bVE


이렇게 전설의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과 작품속에서 찰떡 궁합을 자랑하던 누레예프는 훗날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도 재직해 영국 발레뿐만 아니라 프랑스 발레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깁니다. 누레예프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발레 작품들을 창작했는데, 그 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습니다. 맥밀란의 영향을 받은 듯 하면서도 상당히 많이 달라요. 누레예프의 버전에서는 비련의 주인공같은 맥일란의 줄리엣과는 달리 사춘기 줄리엣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누레예프의 줄리엣은 '쎄쎄쎄'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와 같은 놀이를 하는데, 추억의 놀이를 하는 줄리엣의 모습이 천진난만과 왈가닥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 보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천방지축 아니면  동심을 간직한 사랑스런 소녀로 보일 수 있겠네요. 리스와 결혼시키려는 부모님을 거역하는 줄리엣의 모습은 가문의 희생양이 아닌 흡사 부모말 안 듣는 금쪽이의 모습이었어요.

이 버전은 로미오의 안무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누레예프가 고전발레에서 남성 무용수의 역할을 확대시키고 발레 작품들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데에 관심을 가졌으니 로미오의 춤을 아름답게 만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안무가 보기 편하고 아름다워요. 가끔 장면과 장면이 연결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고 아름답고 예쁜 춤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약간 포기한 듯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버전입니다. 누레예프의 안무가 보면 볼수록 아름답더라구요. 레예프 안무의 발레 신데렐라도 처음 감상했을때보다 두번째, 세번째 감상했을 때가 더 좋았어요.

https://youtu.be/-hM0B70F1YM?si=zQZ5LMAY0-QrSgKw


위의 세 분의 버전이 매우 고전적인 해석이라면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은 매우 현대적입니다. 신기한건 고전적인 해석이든 현대적인 해석으로 각색을 했든간에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변함없이 너무 좋고 오히려 안무가들의 각색에도 찰떡일만큼 완벽한 맞춤형 발레 음악이더라구요. 마이요는 미니멀한 무대배경에 고전발레 테크닉에서 벗어난 안무와 20세기식 젊은이들의 사랑으로 각색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1996년에 선보였습니다. 국립발레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할 경우 이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젊은이들의 들끓는 열정과 강렬한 이끌림, 사촌오빠 티볼트를 죽인 로미오의 뺨도 때리는 줄리엣의 격렬한 감정표현등이 묘사되고 로렌스 신부가 작품 전반에 걸쳐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나오는 등 기존의 해석과 완전히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어요.

https://youtu.be/TQeVXMBPHHU?si=z6zgwRzvz1uxeky0


여기에 한술 더 뜬 버전이 오늘부터 공연을 시작할 매튜본 버전이라고 합니다.

https://youtu.be/-3sfsytQy7s?si=cpK028jXGqBdaEbJ


마지막 영상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이 이렇게 실제 발레 작품으로 초연되기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었는데, 작품을 의뢰했던 마린스키 극장이 춤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습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애써 힘들게 만든 발레 음악이 묻히는 게 싫어서 볼쇼이 극장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볼쇼이 극장도 역시 춤추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이렇게 거부당하는 상황속에서 프로코피예프는 주요곡들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했고 음악으로서는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게 됩니다. 이후 체코 브루노 국립 극장이 음악의 가치를 알아보고 발레 작품으로 만들어 초연을 했고 이 공연은 성공을 했다고 해요. 그러자 그제서야 마린스키 극장도 발레 작품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게 됩니다. 대신에 마린스키 극장의 안무가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의 뜻에 맞춰 프로코피예프는 악보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면서 발레 대본과 맞춰나갔고 비로소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 프로코피예프는 이때의 경험들을 초석으로 삼아 발레 <신데렐라> 음악은 처음부터 춤추기 쉽게 작곡했습니다.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 버전 역시 매우 고전적인 해석을 했음에도 연극의 성격이 강한 맥밀란 버전과는 다르게 춤을 춘다는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아름답고 우아한 바가노바 스타일의 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버전이에요. 게다가 분위기 연출들이 매우 시적이어서 원전에 쓰여있는 아름다운 시적인 표현들을 춤으로 옮겨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설레임, 간절함 등의 연애의 감정들을 춤으로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요.  버전의 특색은 몬테규가와 캐퓰릿 가문이 화해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에요. 두 가문의 오래된 앙숙이 자식들의 죽음으로 원한을 풀고 화해를 한다는 원작의 결말을 그대로 몸짓으로 표현한 버전은 이게 유일한 듯 싶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렇게 매우 다양하게 각색된 버전들이 넘쳐나지만 이미 스토리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러브 스로리여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안무가들의 각양각색의 연출도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크더라구요.

https://youtu.be/yFIopx3iszE?si=GiyvqvVDvS6NHU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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