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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10. 2023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비극의 대가 맥밀란이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에 빠진 젊은 두 젊은이의 죽음으로 두 가문(몬테규가문과 케퓰릿 가문)이 화해를 맺으면서 이야기가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 지구상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인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원수 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가문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힘든 사랑을 선택했던 두 젊은이가 죽으면서 두 가문은 화해를 한다는 결말로 희곡의 끝을 맺는다.


두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예술 창작자들에게 샘솟는 영감을 주었고 덕분에 장르를 넘나들면서 편곡버전처럼 다양하게 재창조되었다. 차이코프스키는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곡했으며 샤를 구노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었다. 1961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개봉되었고, 1968년에는 '줄리엣은 올리비아 핫세' 공식을 세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개봉이 되었다. 1996년에 개봉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꽃미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 역을 맡아 수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발레 안무가들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만 보면 창작열이 샘솟았는지 그대로 놔두지를 않았다. 모던 발레의 맛집을 운영했던 모리스 베자르는 자신들의 뮤즈인 조르주 돈과 수잔 패럴을 위해 이 작품을 안무했고,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 역시 이 작품으로 빅히트를 치면서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루돌프 누레예프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창작열을 불태웠다. 이렇게 수많은 발레 안무가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한 덕분에 <호두까기 인형>만큼이나 취향 따라 골라보는 발레 작품이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편곡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들어졌는데도, 변하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으니 바로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매번 발레 안무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재창조되었음에도 안무가들이 음악만큼은 언제나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을 선택했다.


안무가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안무할 때마다 매번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을 사용한 이유는 작곡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있다. 무용수들의 스텝과 움직임을 따라가는 그의 음악은 무용수들이 춤추기 쉽게 배려하는 음악이다.  발레 작품 속에서 스토리 전개에 따라 음악도 마법처럼 장면을 묘사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두 연인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그대로 전달한다. 줄리엣을 상징하는 선율은 맑고 사랑스럽고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다양한 악기와 선율들이 다채롭게 이어지면서 두 연인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여담이지만 로열 발레단이 <신데렐라>를 연습을 했을 때 한 단원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신데렐라>를 가리켜 “음악이 정말 죽이지 않아?”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그렇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도회 장면에서의 아름다운 군무, 두 집안이 반목하면서 벌이는 칼싸움, 로미오와 줄리엣의 환상적인 파드 되, 두 연인의 죽음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정말 춤과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렇게 발레 안무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작 초연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프로코피예프가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1934년 키로프 극장(현 마린스키)이 작품을 의뢰를 하면서였다. 원래부터 발레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코피예프는 극장의 의뢰를 수락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하지만 음악이 완성된 후에는 정작 작품을 의뢰한 키로프 극장이 생각을 바꾸어 공연을 하지 않았다. 볼쇼이 극장도 무용수들이 춤추기에 어렵고,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공연하는 것을 거부했다.(볼쇼이 극장은 <백조의 호수>도 해피 엔딩으로 결말을 바꾸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발레 음악이 공연이 될 수 있게 부단히 노력했다. 안무가들과 협업하여 무용 음악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대본을 맞춰가면서 끊임없이 수정해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1940년이 되어서야 <로미오와 줄리엣>은 키로프 극장에서 초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초연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의 사랑을 한 몸을 받고 있는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로미오와 줄리엣>. 이 음악으로 영국의 한 안무가도 드라마 발레를 제작했으니 바로 비극의 대가 케네스 맥밀란이다.


비극과 관능의 대가 케네스 맥밀란이 만든 버전이니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해 아름다움에 대한 틀을 깨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맥밀란의 이 작품만큼은 설레이는 감정은 싱그럽게, 무르익은 감정은 에로틱하게, 결국엔 이루어지지 않은 안타까운 사랑은 비극적으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조화를 이루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으로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유니버설 발레단이 2016년에 세계적인 발레리나 알렉산드라 페리와 협연으로 맥밀란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었다. 알렉산드라 페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무가 케네스 맥밀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무대 위에서 미워보이는 것, 아름답지 않은 걸 두려워하지 마라. 그 말 한마디로 줄리엣 역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깨달았습니다.”, “맥밀의 사전에 아름다움(Beauty)은 있어도 예쁘다(Pretty)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며 “맥밀은 무용수가 무대에서 실제 인간이 돼 자기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기 원했는데 어릴 때부터 동작 위주로 생각해온 무용수들에게 이는 굉장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50대의 나이에 줄리엣을 춘 알렉산드라 페리



케네스 맥밀란은 이 작품의 결말을 끝내 비극보다 더 비극적으로 끝맺었다. 가짜 독약을 마신 줄리엣이 죽은 줄 안 로미오는 줄리엣을 껴안고 내내 오열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도 독약을 먹고 죽는다. 잠시 후 가짜 독약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진짜 죽은 로미오를 발견하고 울부짖는다. 결국 줄리엣도 칼로 자신을 른다. 죽은 로미오 위에 포개듯이 죽음을 맞이하는 버전도 있으나 맥밀란 버전은 더 비극으로 치달았다. 죽어가고 있는 줄리엣이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으면서 죽은 로미오 옆에 가려고 했으나 끝내 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라마의 끝을 맺는다.



줄리엣 베리에이션

https://naver.me/5SyWnoQj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 되

https://naver.me/xfkamOI4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과 내밀한 감정을 파고들었던 맥밀란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낱 철없는 젊은이들의 사랑으로 그리지 않고 원작보다도 더욱 비극으로 치달으면서 끝을 맺은 이유를 생각해본다. 가문의 싸움에 희생된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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