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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Oct 08. 2023

아련하게 심장을 파고드는 작품

눈부시게 슬픈 사랑 이야기 <카멜리아 레이디>

애쉬튼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의 내용을 압축해 마고 폰테인을 위해 만든 드라마 발레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 초연한지 13년 후인 1978년에는 독일에서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 발레가 초연되었다. 바로 존 크랑코의 사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후계자가 된 존 노이마이어가 만든 작품으로 초연부터 드라마 발레의 신화가 되었다. 존 노이마이어는 소설 속 배경을 재현하기 위해 1840년대의 파리 사교계의 문화를 꽃 피웠던 쇼팽의 음악들을 발레 음악으로 사용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시리도록 슬픈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는 쇼팽의 비극적인 선율이 더해져 격정적이면서도 슬픈 사랑의 감정들을 증폭시켰다.

존 노이마이어


안무가 : 존 노이마이어 (미국 태생의 독일 안무가)

세계초연 : 1978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스토리 전개 방식 : 현실에서 마르그리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플레시백) 방식으로 전개. 원작에 충실했기 때문에 소설처럼 기승전결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기승전결 안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또 있음(액자형식). 극 중에서 ‘마농레스코’의 춤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나오면서 주인공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아바타로 사용됨.

음악 : 프레데릭 쇼팽     

줄거리

1

집주인(마르그리트)이 죽어 모든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진 어느 저택에 한 젊은 남자(아르망)가 뛰어들어와 숨 죽이면서 흐느껴 운다. 그러다가 마르그리트의 유품인 소설 <마농 레스코>를 발견한다. 아르망은 <마농 레스코> 책을 품에 안고는 마르그리트를 처음 만났던 장소부터 떠올리며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장소는 극장이었다. 그 날 극장에서 했던 공연 <마농 레스코> 발레 공연이었다. <카멜리아 레이디> 속 발레 공연인 <마농레스코>는 작품 전반에 걸쳐 나오면서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고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 역할을 한다.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아는 마르그리트는 걱정의 심연 속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 때 아르망이 찾아와 열렬히 구애를 한다. 서로에게 불꽃처럼 강렬하게 마음이 끌린 두 사람은 첫 번째 파드 되인 ‘퍼플 파드 되’를 춘다.     

자신의 병세를 알고 심란해하는 마르그리트(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마르그리트를 찾아와 열렬히 구애하는 아르망. 두 사람의 '퍼플 파드 되'


2

결국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파리 사교계에서 놀던 친구들과 함께 시골 별장으로 내려가 즐겁고 행복한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시골 별장은 마르그리트의 후원자였던 백작의 소유였던 것. 별장의 주인 백작이 나타나자 마르그리트는 백작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작품 속에서 백작이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무대 한 켠에 있는 피아노 앞으로 가 연주를 중단시킨다.)     

후원자와의 관계를 정리한 마르그리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안정적이고 평온한 아름다운 사랑을 아르망과 나눈다. 이때 추는 아름다운 파드 되가 ‘화이트 파드 되’이다.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추는 '화이트 파드 되'.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이 무르익어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르망의 아버지가 마르그리트를 찾아와 아들하고 헤어지라고 말한다. 그러자 마르그리트는 아르망과 헤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설득시키려고 하는데, 이 때 두 사람이 보여주는 판토마임과 파드 되는 두 사람의 심리적 갈등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국 마르그리트는 말없이 아르망의 곁을 떠난다. 마르그리트가 자신의 곁을 떠난 것을 알게 된 아르망은 배신감으로 절망한다. 아르망은 파리 사교계에서 마르그리트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상상하면서 몸부림치며 절규한다.     


3

파리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이미 뒤엉킨 감정들로 인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결국 아르망을 찾아간 마르그리트. 아르망은 자신의 곁을 찾아온 마르그리트를 복잡한 심경 때문에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게 대한다. 하지만 그 동안에 꾹꾹 눌러담았던 사랑의 감정을 결국에는 폭팔시켜 두 사람은 격정의 파드 되인 ‘블랙 파드 되’를 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블랙 파드 되'. 격정적이면서도 그들의 슬픈 사랑의 몸짓이 쇼팽의 비극적인 선율에 더해져 감상자의 마음에 비가 내린다.


아르망의 곁에서 잠이 들다가 깨어난 마르그리트는 마농레스코의 환영을 보고서 홀연곁을 떠난다. 눈을 떠보니 이미 사라져버린 마르그리트. 또다시 홀로 남겨진 아르망은 절망과 배신감을 넘어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데...     

파리의 사교계에서 또다시 마주친 두 사람. 아르망은 편지봉투를 마르그리트에게 건넨다. 마르그리트는 편지 봉투를 열어보고는 충격에 빠지다가 이내 쓰러진다. 그 편지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은 편지가 아니라 화대였던 것이다.     

마르그리트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침대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진실한 사랑이었던 아르망을 그리워하며 일기를 쓴다.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아르망은 그녀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자신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깨닫고 운다.   

  

작품 속 쇼팽 음악

1

피아노 소나타 33악장 라르고’. 

피아노 협주곡 2F단조 op.21 중에서 2악장 라르게토


2

왈츠 A플랫 장조 op. 35 no. 1

3개의 에코세즈 1~3.

피아노 소나타 33악장 라르고

전주곡 2, 17, 15

전주곡 24


3

폴란드 민요에 의한 환상곡 op.13

쇼팽 발라드 1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피아노 소나타 33악장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슬픔

이 작품성공한 데에는 쇼팽의 음악이 한 몫했다. 원래 피아노 연주를 위한 음악으로 작곡되었던 쇼팽의 음악들은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와 만나면서 그토록 강렬하고도 아름다웠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펼쳐보였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3악장 '라르고'는 두 주인공들의 사랑의 온도와 관계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을 한다.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주인공들의 앞날을 암시하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마르그리트의 죽음을 함께 하면서 둘의 운명을 그려나가고 있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파드 되'는 사랑의 격랑을 타고 색채와 음악으로 표현된다. 운명처럼 둘의 사랑이 시작된 '퍼플 파드 되'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라르게토'의 애절한 선율이 흘러나오면서 둘의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어느 새 둘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면서 가장 아름답고 안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화이트 파드 되'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3악장이 흘러나오면서 아름답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연인의 모습을 묘사한다. 아르망의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쇼팽의 전주곡들이 흘러나오는데, 이 때 아들과 헤어지라고 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헤어질 수 없다는 마르그리트의 심리적 갈등은 판토마임과 쇼팽의 전주곡들이 표현해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을 떠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이 절규하면서 울부짖을 때 전주곡 24번이 흘러나오면서 아르망의 절망스러운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블랙 파드 되'이다. 재회한 둘의 마음은 이미 복잡하게 뒤엉켜있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던 둘은 결국 폭팔하면서 '블랙 파드 되'를 추고 쇼팽의 오르락 내리락 휘몰아치는 듯한 격정적인 선율은 둘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4년 볼쇼이 극장 공연

마르그리트(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볼쇼이 발레단), 아르망(에드윈 레바호프, 함부르크발레단)     

https://naver.me/5Crz3sQx

춤은 잘 추지만 종종 연기력 논란이 있는 자하로바가 나의 관점에서는 연기를 잘 했다. 사실 자하로바가 연기도 잘 한다. 너무 비현실적인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외모에 가려진 게 아닐까. 스펙터클한 발레 작품<라 바야데르>에서도 질투와 배신감에 휩싸여 감자티와 벌인 살벌한 감정싸움씬이 압권이었다. 자하로바는 이 시대의 타고난 무용수이다. 물론 드라마 발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더 잘한다.

극 초반에 이미지는 얼음 공주인데, 의외로 반전이 있는 자하로바의 연기력이 정말 재미있고 매력있다. 마음 속에 불이 확 붙은 아르망을 훅 밀어냈다가 감질맛나게 끌어당기는 자하로바의 밀당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 밀당 연기에서 자하로바의 개그 본능도 느낄 수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마르그리트(아네스 레테스튀), 아르망(스테판 블뤼옹)

https://naver.me/xPvIhVlM

분위기의 여신 아네스 레테스튀와 아르망의 아름답고도 평온한 화아트 파드 되. 작품 속에서 마르그리트 역을 맡은 레테스튀의 모습은 그야말로 발레리나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에 여자로서의 매력 한 스푼을 더한 느낌이었다. 작품 속에서 가장 유명한 블랙 파드 되를 출 때에 레테스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같은 여자지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이 작품을 세계 초연한 발레단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지만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훨씬 더 잘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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