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까지만해도 여러 공국으로 나뉘어 있었던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강대국들의 각축장이었다. 특히 나폴레옹 시대에 이탈리아는 공화국 체제를 지지하는 친 프랑스파와 구 체제인 왕국을 유지하고자 하는 반 프랑스파가 서로 대립하면서 분열되어 있었고 여기에 공화국 체제를 대표하는 혁명가인 나폴레옹과 이전부터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었던 오스트리아 연합국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이탈리아 영토를 두고 헤게모니 싸움을 벌였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로 피비린내나는 격정멜로 드라마이다.
원래 이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빅토리앙 사르두가 당대의 연극 스타인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쓴 희곡이다. 이 연극은 알폰소 무하의 연극 포스터부터 작품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도 이 연극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오페라로 작곡하기로 결심을 하고 작품의 판권을 사기 위해 출판사와 계약을 시도했다. 그런데 원작의 작가인 사르두는 프랑스 작곡가도 아니고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작곡가가 자신의 희곡을 오페라로 쓴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어쨌든 푸치니가 오페라 <토스카>를 작곡하기 위한 과정은 분열된 이탈리아 영토를 두고 강대국들이 패권싸움을 벌인만큼이나 많은 비화가 있다. 그러나 완성된 오페라는 진흙탕 싸움과도 같았던 과정과는 달리 초연 이후부터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퍼져 푸치니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토스카>에서도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많이 나오는데 굳이 피자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언어를 알면 좋긴 하지만) 대강 줄거리 알고 아리아 제목만 알아도 노래의 아름다움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특히 푸치니 오페라는 젊은 날의 수채화처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촉촉하게 하면서 어느새 훅 들어와 영혼을 사로잡는 짙은 호소력이 있다.
오페라 <토스카>는 주인공 토스카(소프라노, 극 중 가수)와 카바라도시(테너, 토스카의 연인으로 공화당 체제를 지지), 스카르피아(바리톤, 악역으로 구체제를 지지하고 토스카에게 사악한 욕망을 품은 인물) 사이에서 치정으로 치닫는 시대적 슬픔을 담은 작품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지금 올리는 아리아는 1막에서 카바라도시가 캔버스에 막달라 마리아상을 그리다가 붓을 내려놓고 토스카의 초상화가 들어있는 메달을 꺼내 아직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토스카의 아름다움을 막달라 마리아와 대조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토스카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다. '은밀한 조화' 또는 '오묘한 조화'로 번역이 되는 이 아리아는 불같은 열정을 지니고 있고 갈색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토스카가 막달라 마리아와 비교해 서로 다른 그 아름다움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니 막달라 마리아상을 그리는 동안에도 오직 토스카만을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테너가 부르면서 곧 등장할 소프라노를 소개하는 아리아이다.
토스카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감정이 부풀어오른 테너의 아리아는 발레 클래스 음악에서 아다지오로 변환되었다. 음악에서 '느리게'라는 뜻을 지닌 아다지오는 단순히 느린 게 아닌 여러 느낌들을 품고 있는데, 어떠한 느낌의 아디지오이든 아다지오는 표현하기가 무척 어렵다. 오죽하면 피아니스트들이 처음부터 빠르게 연주하는 곡이 더 낫다고 고백할 정도로 빈 공간을 메우는 느린 음악들은 연주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것은 발레의 '아다지오'도 마찬가지이다. 느린 음악이 담고 있는 느낌과 감정들을 가득히 메우면서 표현해야 하는 춤 아우라는 발레 테크닉이 아니라 무용수 자신의 음악성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