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서도 독일 감성 다르고 이탈리아 감성 다르듯이 스페인 감성은 또다른 묘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호아킨 로드리고, 이삭 알베니즈, 가스파르 카사도 등 스페인의 정체성을 음악에 담은 스페인 작곡가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스페인의 쇼팽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페인 감성에 낭만주의 스타일을 결합한 피아노곡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라나도스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그림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 작곡한 스페인 무곡 <고예스카스>가 유명하지만 지금 소개할 곡은 발레 음악으로 사용된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를 소개할게요.
아주 오래전에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가 지금도 생각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레데릭 쇼팽의 낭만과는 또다른 스페인 쇼팽의 낭만에 정신없이 빠져들었거든요. 각기 다른 박자와 조성으로 구성된 프렐류드, 8개의 짧은 왈츠곡들로 이루어진 '시적 왈츠'는 전반적으로 맑고 상쾌해서 무척 순수한 느낌을 주는 곡이에요. 그러다가 가끔씩 멜랑꼴리한 선율이 슬며서 올라오면서 곡 전반에 긴장감을 주니 은근히 다채로운 매력에 더욱 끌리게 되는데요, 특히 8곡 프레스토에서 흘러내리듯이 하행하는 음표들은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각 음들이 반짝반짝 빛나니 더욱 싱그럽고 마지막 템포 디 발스에서 1곡 멜로디오소의 선율을 반복하지만 1곡과는 느낌이 달라 꿈꾸는 듯한 선율이 여운을 남깁니다. 그라나도스의 음악들을 유난히 잘 연주하셨던 스페인 출신의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 라로차의 연주를 담아왔어요.
Preludio (00:00) 1. Melodioso (01:07) 2. Tempo de Valse noble (02:41) 3. Tempo de Valse lente (03:58) 4. Allegro umoristico (05:54) 5. Allegretto (06:36) 6. Quasi ad libitum (07:47) 7. Vivo (09:11) 8. Presto (09:57)
스페인의 영혼이 담긴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는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나초 두아토에 의해 발레 <Remanso>로 거듭났습니다. 20세기의 발레 왕자님 블라드미르 말라호프와 데스몬드 리차드슨, 파리쉬 메냐드가 출연했던 영상으로 담아왔어요. 남성 무용수들이 움직임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우정과 그라나도스의 시적인 감미로움이 수채물감이 종이에 번지듯 마음에 스며드는 아름다운 발레 작품입니다.
이 아름다운 음악은 최지원 피아니스트에 의해서 발레 클래스 음악으로도 재창조되었어요. 발레 클래스 음반은 크게 워밍업, 바워크, 센터워크로 나뉘며 실제 발레 클래스 순서와 동일한 음악 순서로 되어있어요. 발레 클래스 음악으로 변신한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는 이 음반 중에서 센터워크 '그랑 바뜨망' 음악으로 사용되었는데, 매우 힘있게 차는 동작인 그랑 바뜨망의 음악으로 수록되었지만 원곡이 왈츠곡인만큼 왈츠 스텝으로 안무를 만들어도 어울리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