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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뿐사뿐 나풀나풀 발레 이야기

by 아트 서연

딸아이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그림책들은 대부분 지인들에게 물려 주거나 책에 곰팡이가 생겨 버렸었는데, 오직 이 그림책만 멀쩡하게 남았다. 바로 발레에 관해 깨알같은 재미와 정보를 주는 그림책 말이다.


당시 딸아이는 핑크색, 발레리나, 인형놀이에 푹 빠져 있었고 실제로 핑크색 네오클래식 튜튜를 입고 노란 발레 학원차를 타고 다니며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그런 딸아이와 함께 읽을 발레에 관한 책이 없을까 하고 검색하면서 알게 된 그림책. 재미난 일러스트와 함께 발레에 관해 폭 넓은 지식을 다루고 있는 <사뿐사뿐 나풀나풀 발레 이야기>.


처음 발레를 배울 때에 입는 레오타드, 발레 슈즈, 머리 묶는 법과 함께 본격적인 발레 수업을 받기 전에 하는 발레 스트레칭, 발레의 기본동작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도 역시 발레 무용수들의 직급과 직급에 따라 다른 춤을 추는 설명과 함께 무대 뒤편에서 발레 제작을 위해 일하는 창작팀, 발레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직업 분야들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발레 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과 함께 세계 주요 발레 학교들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들 보여주기에 이만한 발레 그림책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고, 어린이 문학 진흥회에서 수여하는 좋은 어린이책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발레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간단하게 그림책 형식으로 풀이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발레 작품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오직 춤과 음악, 토슈즈와 튜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발레 제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공연 당일날에는 무대를 담당하는 팀과 조명팀이 숨가쁘게 돌아간다. 그들은 이미 발레 대본과 음악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내용 전개에 따라 무대 배경을 교체하고 조명을 바꾼다. 특히 조명팀은 악보를 보면서 일한다. 음악 전체의 스코어를 다 꿰고 있어야 하며 음악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어느 무용수가 무대 위에 나왔을 때 집중적으로 조명을 쏘거나 어느 장면에서 어떤 군무를 출 때에 어떤 컬러의 조명으로 무대 전반에 비춰야 하는지를 재빠르게 판단하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단도 똑같다.


따라서 발레 공연과 오페라 공연은 티켓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발레와 오페라를 대중화하기 위해 국립 발레단과 국립 오페라단은 기본적인 티켓 가격이 낮은 편이며 조기 예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이 있다. 덕분에 오히려 뮤지컬 공연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제 값을 받아도 크게 마진이 안 남을 거 같은 이러한 공연들을 꾸준히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 발레단과 오페라단은 후원을 받는다. 이러한 예술 생태계를 알고 나면 이러한 예술이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말을 쉽게 못 꺼낸다. 하지만 요즘 이러한 공연을 직접 가지 않아도 각종 영상물과 유튜브를 통해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인지...예술에 대한 관심과 TV, 컴퓨터만 있으면 안방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얼마전에 조성진과 사이먼 래틀의 협연이 있었는데, 이러한 공연 티켓 가격이 높은 이유가 잘 나와 있다.

https://youtu.be/LyYwvkU1z9c?si=S1_rV2srgVsEOy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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