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트업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특집 5-1

한스 피터의 발레 마임 <로열발레단>

by 아트 서연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우스 프티파, 레프 이바노프의 초연 안무, 이후 바실리 바이노넨이 개정한 마린스키 발레단의 버전을 피터 라이트가 다시 개정한 버전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피터 라이트의 창작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줄거리가 마린스키 버전과 조금 다르며 영국인 특유의 유머와 창의성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로열발레단의 한스 피터는 드로셀마이어 대부의 조카이자 호두까기 왕자역할까지 맡는 1인 2역입니다.


생쥐왕 때문에 조카 한스 피터가 마법에 걸린 것을 슬퍼한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조수를 시켜 천사 인형을 클라라의 집에 보내도록 한 후 자신도 뒤따라 클라라의 집에 갑니다.


로열발레단의 연출은 매우 마법같아요. 드로셀마이어 대부가 주문을 걸때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부엉이 시계가 움직이며 공중으로 금가루가 뿌려지거든요.

https://youtu.be/n8-k5XqwvVk?si=tBX0nn9t6c1ElgFq



마법에 걸려 인형이 된 조카 한스 피터가 마법에서 풀리는 유일한 길은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생쥐들이 나오자 인형 한스피터는 잠에서 깨어나 생쥐들을 물리치기 위해 전투를 벌입니다. 그러나 곧 생쥐 대왕에게 목이 졸린 한스 피터는 위기에 처하는데, 그때 클라라가 슈즈로 생쥐 대왕의 머리를 때려서 생쥐들을 물리칩니다.


쓰러진 한스 피터 인형을 보며 클라라가 울자 한스 피터는 호두 왕자로 변합니다.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이 둘을 데리고 환상의 나라로 갑니다. 요정들의 나라에 도착하자 설탕 요정과 왕자님이 한스 피터와 클라라, 드로셀마이어 대부를 맞이합니다. 설탕 요정은 호두까기 왕자로 변한 한스 피터에게 발레 마임으로 "애들아, 여기는 어떻게 왔니?"하고 묻습니다. 그때 한스 피터가 영상과 같이 발레 마임으로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설탕 요정에게 대답합니다.

https://youtu.be/hpHjMf7q7o4?si=4nfJGWr-COBZB_k8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다른 캐스팅으로 세 번 봤는데, 지금 올리는 2016년 영상물 캐스팅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한스 피터 역을 알렉산더 캠벨의 연기력이 무척 뛰어나요. 그동안 캠벨이 출연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느낀 것은 캐릭터 분석력이 무척 뛰어나고 그 위에 자기만의 색깔을 더한다는 점이었어요. 캠벨은 무대 위에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큰 무용수였어요. 설령 뒤에서 연기만 하는 장면이라도 언제나 저의 시선은 무대 정면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가 아닌 배경처럼 서서 연기를 하고 있는 캠벨에게로 향하곤 했었거든요.


지난주에 오랜만에 로열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프린시펄 명단에 알렉산더 캠벨이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바로 캠벨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갔더니 어느새 은퇴하시고 RAD 예술감독이 되셨더라구요. 그 소식을 보고 왠지모를 서운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다시는 무용수로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제 2의 발레 인생을 축하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록 - <호두까기 인형> 발레 음악 피아노 편곡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