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트업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특집 5-2

발레 작품 속 연극 기법, 2막의 '미를리통의 춤'

by 아트 서연


바이노넨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 1막에서 연극의 기법이 나온다. 바로 '타블로'라고 하는 연극의 기법'인데, 움직이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그대로 멈춰라!"한 것처럼 정지하거나 그림처럼 서서 안 움직이던 인물들이 갑자기 "얼음땡!"하듯이 움직이는 기법을 말한다. 원래는 연극의 기법이었던 '타블로 기법'이 발레 작품의 연출에 도입된 역사는 계몽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몽주의 시대의 위대한 발레 마스터 장 조르주 노베르가 '발레 닥시옹'이라는 발레 개념을 창안하면서 도입한 연극의 기법이 "타블로 기법'이다.


바이노넨 버전에서 재창조한 피터 라이트의 버전에서도 이 기법을 1막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있으니 마린스키와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감상할 때에 알고 감상하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창조의 왕국 보물섬 영국은 뭐든지 자기들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비록 마린스키 버전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것이지만 2막도 러시아의 것과 다르다. 마린스키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 2막 과자 요정들의 춤은 그야말로 클래식 발레의 형식을 따른 전형적인 디베르티스망이다. 하지만 로열발레단의 버전은 클라라와 한스 피터가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추는 스토리텔링 중심이다.


발레 동작을 수학공식처럼 만드는 안무로부터 탈피해 새롭게 응용하기도 했다. 바로 "콘트라땅"이라는 연결 동작인데, 대부분은 이 동작을 아라베스크를 한 후 콘트라땅을 하면서 방향전환을 하고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는데에 사용하고 있으나 로열발레단에서는 콘트라땅×2 -> 꾸드삐에 -> 파쎄×2 로 변형해 안무했다. 지금 올리는 영상인 '미를리통의 춤'에 나오는 안무이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 발레의 당스데꼴을 지키되 창조력을 발휘해 새로운 움직임도 만들었으니 발레계의 실리콘밸리 영국과 미국의 고전 발레를 보고 있으면 클래식 발레가 고루하다, 유물같다는 편견을 버려도 좋다.

https://youtu.be/V32zWkB1MiY?si=rjXXKHs62DRwJjcB

https://youtu.be/n8-k5XqwvVk?si=m2apg0sgjJObo96K



로열발레단의 고전발레의 군무는 러시아 발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러시아 발레리나들의 비현실적인 비주얼과 군기잡힌 칼군무와는 다르게 로열발레단의 군무는 무용수들의 키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창의성과 무대 연출을 보고 있으면 무용수들의 균일하지 않은 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렇게 창의적인데!" 그리고 이내 로열발레단이 창작한 안무와 무용수들의 춤이 매우 아름답고 예쁜 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https://youtu.be/UYaIQNjAX_8?si=gdVDrh64Q3wXzDUZ

로열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눈송이 요정들의 춤'


클라라 역의 프란세스카 헤이워드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2막에서 요정들과 함께 '미를리통의 춤'의 춤을 추는 클라라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1막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춤을 추는 클라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