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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특집 5-3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 (로열 발레단, RAD 메소드)

by 아트 서연

RAD 메소드는 거의 체케티 메소드입니다. 물론 몆몇가지 포지션이 다른 부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RAD 메소드를 만들 당시 체케티에게 발레를 배웠던 무용수들이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에요.


로열 발레 스쿨 설립자들 중에서도 체케티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Ballet Reign'에 의하면 로열 발레 스쿨 창립 멤버 중에 체케티의 제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로열 발레 스쿨의 교과목에 체케티 메소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1986년까지 로열 발레 스쿨에서 체케티 메소드를 가르쳤습니다.


지금도 영국 발레는 체케티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영국 내의 일반 발레학원에서도 체케티 메소드를 가르치는 학원들이 있구요. 로열발레단에서는 체케티 메소드를 영상물로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발레인들은 지금도 체케티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보냅니다.


체케티 메소드는 바가노바 메소드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그리파나 바가노바가 러시아 발레 교육법을 정립하면서 체케티 발레의 상, 하체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학구적인 접근, 프렌치 메소드의 우아함을 결합하여 만들었지요. 실제로 바가노바 스타일과 체케티 스타일 중에 겹치는 포지션들이 있어요. 상, 하체 전체의 조화와 균형도 겹치는 부분이구요. 그러나 바가노바 메소드는 아그리피나 바가노바의 자의식이 꽤 많이 들어간 발레 교육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RAD 메소드는 거의 체케티 스타일이기 때문에 체케티 메소드는 영국 발레의 근원이지요.


발레에서 주요 하체 테크닉들을 사이사이에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동작들이 있어요. '콘트라땅', '꾸드삐에'나 '쉬르 르 꾸드삐에'와 같은 동작들은 주요 하체 테크닉의 이음새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상체 포지션에서도 이러한 연결 동작들이 있어요. 주요 폴드브라 포지션 사이사이에 이음새 역할을 하는 '알롱제(Allinge), '아롱디(Arrondi)'같은 연결 동작들을 말합니다. 팔꿈치의 관절을 이용해서 동작을 하는 '늘이다' 라는 뜻의 알롱제와 '둥글게 곡선을 그리는' 아롱디는 주요 폴드브라 포지션들을 연결해주면서 상체 표현을 매우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바가노바 메소드는 알롱제와 아롱디를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바가노바 스타일에서 에너지를 끝까지 보내는 알롱제와 팔꿈치의 관절을 사용한 아롱디를 표현할 때마다 목선과 시선으로 자아내는 발레 실루엣은 춤을 매우 화려하게 보이게 하지요.


RAD 메소드에서도 알롱제를 사용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바가노바처럼 풍성하게 사용하지는 않아요. RAD에서는 알롱제를 했는가 싶게 살짝만 표현합니다. 오히려 아롱디를 강조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폴드브라 포지션이 바가노바처럼 풍성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영국 발레에서 폴드브라 포지션은 대체로 꾸밈이 없고 스무스하면서 간결합니다.


마린스키의 바이노넨에서 영감을 받아 피터 라이트가 재창조한 로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그 중 앞서 올린 마린스키 발레단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과 지금 올리는 로열 발레단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린스키 발레단에서는 하체 테크닉에서도 알롱제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로열 발레단에서는 꾸며주는 동작보다는 리듬감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상, 하체 전체가 박자를 늘렸다가 그 다음 동작에서는 박자를 끌어당기는, 로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로렌 커버슨이 구사하는 음악을 가지고 밀당하고 박자를 가지고 노는 동작들을 유심히 보는 게 감상 포인트입니다.


러시아 발레에서는 손끝 따라 시선도 같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손끝 따라 코끝이 따라가면서 시선은 손끝 어딘가 멀리 바라보는 시선 처리를 하도록 하는데요. 그러나 영국 발레의 발레 코디네이션은 많이 다르게 보입니다. 손끝도 보고 정면도 보고 상, 하체 바쁜 것 만큼이나 발레리나의 시선처리도 매우 바쁩니다.


로열 발레단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은 가끔씩 예쁜 발레 동작을 만들고는 잠깐 멈추는 발레리나의 발레 피규어를 감상하는 묘미도 있어요. 이러한 발레 피규어가 영국 발레를 더욱 앙증맞고 예쁘게 보이게 만들더라구요.


발레가 매우 지능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매우 많아요. 따라서 발레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신경써서 봐야하는 부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바가노바 메소드와 체케티 발레를 따르는 RAD 메소드의 주요 차이점들을 알고 나서 마린스키 발레단과 로열 발레단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을 보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로렌 커버슨의 "사탕 요정 베리에이션"입니다.

https://youtu.be/3buUZPzP9gQ?si=nA8PAFOjCdSX_INU


로열 발레단의 또다른 프린시펄 마리아넬라 누네즈와 프란세스카 헤이워드의 춤도 담아왔습니다. 특히 마리아넬라 누네즈의 춤 추천합니다. 박자 감각이 매우 재미있거든요. 누네즈의 리듬 감각이 매우 탁월합니다. 언제나 엇박을 사용하는 발레리나입니다. (발레에서는 '못갖춘마디'라고도 표현합니다.)

https://youtu.be/Il-RsbXeaNw?si=0esNS83MqC6X1_ZI


프란세스카 헤이워드의 춤도 다른 느낌이지요. 로열 발레단의 특징이 천편일률적으로 캐릭터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 무용수들의 각자의 개성을 살리더라구요.

https://youtu.be/jMY8kLRF-kQ?si=3FKGNX8W8EG1g0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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