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각자의 생각이 모두 맞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한때 미스티 코플랜드가 화제였다. 흑인 무용수로서 미국 최초로 수석무용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스티 코플랜드의 인생 스토리가 한국으로 치면 '인간극장'과 같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수많은 방송 출연과 함께 영화로 제작된 <호두까기 인형>에도 출연했었다.
사실 미스티 코플랜드는 역량이 뛰어난 무용수가 아닌 흑인 최초로 수석무용수가 되어 화제가 된 셀럽이다. 여기에는 정치가 개입되어 있었다.
사실 발레는 유럽의 궁중무용이 직업무용으로 전환되어 오늘날의 발레가 된 서양 무용이다. 그래서 그 동안에 모든 게 백인 중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전발레 작품을 비롯해 발레용품들 예를 들어 발레 스타킹, 토슈즈까지 백인 중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원래 서양 무용이었으니까.
당연히 그 외의 인종과 국가들은 발레에서 비주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세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요즘 국제 발레콩쿠르에서 입상자들을 보면 확실히 아시아가 강세이다.
미국과 영국의 발레단원들의 인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로열발레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순수 영국인은 거의 없다. ABT 단원들도 한국인 출신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실력이 있음에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진지한 고찰과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도덕적인 동정심을 받아 수석 무용수가 된다면? 이것 역시 또다른 역차별이 생긴다. 발레 생태계의 특성상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날개를 온전히 펴지 못하는 무용수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아래 영상물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튜브 채널 주인이 미스티 코플랜드의 안티팬인건 확실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미스티 코플랜드의 클래식 발레 테크닉이 그저 그렇다.
컨템포러리 발레를 모토로 하는 발레단이나 중소형 발레단이라면 모를까 ABT는 클래식 발레작품이 기본이 되는 대형 발레단이다. 즉 클래식 발레 테크닉이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발레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중에 분명히 큰 맘 먹고 티켓가격을 지불했거나 난생 처음으로 발레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발레공연은 엄연히 '쇼 비즈니스'이다. 따라서 발레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 영상물은 흑조 파드 되의 코다에서 발레리나들이 푸에테를 도는 장면들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미스티 코플랜드는 2014년 영상물에서도 음악을 다 채우지 못했고, 2018년도 영상물에서는 32바퀴를 돌아야 할 푸에테를 14바퀴를 돌고 나머지는 마네주로 채웠다.
공연 당시에 몸이 안 좋았을 수도 있지만 2014년도 영상에서도 음악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클래식 발레 테크닉이 안 따라주는 무용수였다고 할 수 있다.
흑조 파드 되 코다에서 발레리나의 푸에테 32바퀴는 원래 수행해야 하는 안무이다. 즉 가장 기본이 되는 안무를 미스티 코플랜드는 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https://youtu.be/OvOaWsQNLOk?si=mGOHhTI_2X_I0bQT
미스티 코플랜드의 영상물 뒤에는 미국 발레를 대표했던 질리언 머피를 비롯해 발레 교육을 철저히 받은 러시아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질리언 머피는 푸에테 32바퀴를 매우 깔끔하게 돌 뿐만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흑조 날개짓으로 당김음을 표현하면서 사악한 기운으로 왕자를 유혹하며 밀당하는 흑조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니나 아니아쉬빌리는 푸에테 32바퀴를 매우 리듬감있게 회전하고 있다.
미스티 코플랜드가 푸에테를 도는 모습은 아슬아슬하다. 하체근력이 약해보이고, 반면에 폴드브라에서 이어지는 손끝에는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다. 음악적인 표현력도 그저 그렇다.
미스티 코플랜드의 어린 시절이 매우 비참했다고 들었다. 후원자의 권유로 13살이 되어서야 발레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음악성을 비롯해서 써야 할 근육을 쓰지 못하고 힘을 빼도 되는 부분에서 과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발레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잘못된 발레교육을 받은 듯 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https://youtu.be/tW_7jPxToPk?si=GxWBjBVR3oT6Qp4c
얼마전에 미스티 코플랜드가 은퇴했다. ABT에서 갈라공연을 끝으로 조용히 은퇴시킨 거라고 한다. 비록 오바마의 특혜로 흑인 최초의 수석무용수가 되었지만 수많은 흑인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무용수였을 것이다. 제 2의 인생 잘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