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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불치병

by 아트 서연

며칠전에 취미발레 까페에서 "발레 불치병"에 관한 글이 올라왔었다. 그랬더니 회원분들이 너도나도 발레 불치병에 걸렸다고 실토를 하면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는 그 글에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발레 불치병에 걸렸음을 브런치 스토리에 고백한다. 한 번 걸리면 절대로 못 고치는 발레 불치병. 사실 발레에 입문한 뒤부터 온 집안이 무용실(?)이다.


괜히 까치발로 걷는 것은 기본이다. 요리하다가 주방 싱크대를 잡고 플리에를 하거나 바뜨망을 한다. TV를 볼 때에는 괜히 발등을 꺾거나 포인 플렉스를 한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에는 절대로 그냥 안 줍는다. 일단 아라베스크를 하면서 머리끝과 발끝이 서로 닿는 느낌으로 한 템포 에너지를 끌어올린 후 팡쉐를 하면서 물건을 줍는다.


신랑한테 할 말이 있을 때에도 그냥 옆에 안간다. 굳이, 굳이... 피루엣을 돌면서 옆으로 다가가 할 말을 한다.


발레 사진을 보다가 나도 따라하고 싶은 발레 포즈가 있을 땐 신랑을 발레리노(?)로 만들어 버린다. AI같은 신랑이 인간로봇처럼 뚝딱이면서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어느 취미발레인은 발레에 입문한지 3개월만에 신랑 생일날 발레를 췄다고 한다. ㅎㅎㅎ 그 맘 너무도 잘 알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팔과 다리를 허공에 대고 휘저으며 지그재그로 하는 톰베 파드브레 글리사드 그랑제떼를 발레언어로 복습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 덕분인지 지그재그로 가는 톰베 파드브레 글리사드 그랑제떼를 이제 나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타고난 몸치라 어려워 했었는데, 오늘은 잘 했다고 선생님한테 칭찬을 연속으로 들었다.


아마도 평생 못 고칠 거 같다. 발레를 언제까지 배울지는 장담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발레리나일 거 같은데. 심지어 꿈 속에서는 내가 완벽하게 발레를 추는 꿈을 꾼다. 담생엔 꼭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어서 예쁜 튜튜입고 예쁜 파드 되 많이 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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