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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Mar 14. 2024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어느 발레리노의 이야기

영화 <댄서>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학교측의  주목을 받아 또래 친구들보다도 월등한 실력으로 월반을 거듭했던 발레의 천재. 입학한지 1년 뒤에는 코르 드 발레(군무)에서 배우지 못했던 솔리스트의 역할과 2년 뒤에는 수석 무용수로서의 역할을 배웠고, 로열발레단에 입단한지 1년만에 솔리스트로 승급, 이후 관객들에게 주연 무용수보다도 더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자 로열발레단이 발레단의 역사상 최초로 최연소 수석 무용수로 임명하기에 이른다.


발레를 하기에 최적화된 신체와 유연하면서 탄력있는 근육, 깃털처럼 가벼운 점프 실력과 중력을 거스르는 발롱(점프 후 공중에 머무는 시간),  우아하면서도 강단있는 몸짓과 타고난 리듬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면서 영국의 언론들은 연일 이 발레리노를 취재했으며 발레 애호가들은 2년치의 공연 티켓을 예매할 정도 로열발레단이 자랑하는 무용수였다.


이렇게 한때

"발레의 신동",

"로열발레단의 최연소 수석 무용수"

"꽃미남 발레리노"

소리를 들으면서 최고의 스타 대우를 받았천재 발레리노는 바로 세르게이 폴루닌.


이렇듯 신은 그에게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갖고 싶어하지만 갖지 못하는 재능을 주셨다. 그러나 신은 재능은  주셨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빼놓으셨으니...

서서히 그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뛰어난 재능으로 무대 위에서는 천재 소리를 들었으나 정작 본인의 마음은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주저앉기 시작한다. 결국 폴루닌은 춤을 추는 이유를 찾지 못해 발레단의 생활에 지쳐가면서 스스로 무너져 끝없는 방황과 폭주를 하기 시작다.


영화 초반에 폴루닌이 제 2의 루돌프 누레예프라고 나오지만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른 유형이다. 누레예프와 바리시니코프는 자신이 춤을 추는 이유를 애초부터 명확히 알고 있었던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영화 <댄서>를 보다 보면 폴루닌의 정신적인 방황과 번뇌, 고통에 대해 "폴루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래서 그저 마음 아프고

재능이 까운 안타까운 무용수라는 생각이 든다.


누레예프와 바리시니코프는 구소련의 체제가 자신들에게 구속과 속박으로 다가와 자유로운 사고와 발레를 위해 목숨을 걸고 망명을 선택했다. 반면에 폴루닌은 하루 일과가 너무 촘촘하게 돌아가고 매일 반복되는 고된 연습과 훈련, 발레의 규칙들에서 숨막힘을 느꼈다. 결국 폴루닌은 약물을 복용한채 연습실에 들어가거나 리허설에 불참하거나 발레 무용수로서 지켜야 할 신체적 품위를 생각하지않고 문신을 하거나 매일의 일과를 성실히 지내야하는 발레 무용수로서의 일상보다는 광란의 파티에 빠져 지내는 등 정신적인 방황과 폭주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커켜이 쌓인 개인의 불행한 가정사까지... 내면의 고통이 결국 폭팔하면서 춤을 춰야 하는 목표와 이유를 잃고 발레단에 소속된 무용수로서의 삶 놓아버린다.


이 영화는 끝없는 방황과 거침없는 행보를 걷던 폴루닌이 자신이 춤을 추는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폴루닌은 로열발레학교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안무가에게 자신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안무가는 친구의 부탁을 듣고 좀 더 자유로운 감성이 담긴

오직 폴루닌을 위한 작품을 만든다.

'Take me to Church'


절친이 만들어준 춤 안에 폴루닌의 복잡한 정신세계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녹아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하는 폴루닌의 춤. 춤추는 이유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그가 결국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이입하여 표현했다.

https://youtu.be/ozs_f4ZT9sw?si=94fTFfZIT1WdrWAC


발레 무용수로서의 삶은 매우 혹독하다. 특히 수석 무용수의 삶은 정말 가혹하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화려한 이미지만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발레 클래스와 구슬땀을 흘려가며 몸을 극한으로까지 사용하는 작품 연습만이 있다. 발레단에서는 무용수들이 하루 종일 발레만 하도록 몰아부치기 때문에 프로 무용수들은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뛰어난 재능에 더해 성실하고 인내심 있고 자기 절제력이 뛰어난 무용수들만이 살아남는 세계이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재능'이라고 한다.


신이 발레 체형과 뛰어난 춤실력만 주시고 가장 중요한 재능을 쏙 빼놓으신 바람에 거침없이 폭풍과도 같은 질주를 했던 폴루닌은 자신이 춤을 춰야하는 이유를 찾는다. 가족들의 사랑과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서 발레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감성이 담긴 춤으로 결국 자신이 춤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발레 무용수로서의 재능은 너무 아까우나 그 역시 폴루닌 본인의 인생이기에 폴루닌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앞으로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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