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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Dec 23. 2023

마라톤같은 피아노 콩쿠르 현장 <크레센도>

이 세상 모든 예술가들에게 사랑과 존경심을 전합니다.

음악에서 '점점 세게'라는 뜻을 가진 <크레센도>는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모습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피아니스트들이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담은 영화로 내용이 전개될수록 젊은 피아니스트의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 영상물이다.


건반 위를 화려하게 누비며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받는 피아니스트들의 세계는 연주자로서의 화려한 겉모습만 일반인들은 알 수 있을 뿐 그들의 내면나 심리적 압박감, 스트레스와 고충 등을 알 길이 거의 없다.


현대의 미술작가들이 인문학자이나 철학자인것처럼 클래식 연주자들 역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를 위해 수많은 책들을 탐독하며 매우 깊이있는 사유를 한다. 즉 연주자들의 해석이 더해진 클래식 음악이 예술로서 연주되면서 관객들의 감상이 덧칠되는 이 모든 과정은 예술이자 철학이자 인문학인 것이다.


실제로 독서의 깊이가 남다른 대부분의 클래식 연주자들은 글솜씨도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그들은 연주 생활을 하기에 매우 바쁘기 때문에 정작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일반인들은 그들의 깊은 내면이나 연주자로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런면에서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쓴 책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는 매우 특별하다. 이 책 실제 전 세계 각국을 떠돌며 연주생활을 하는 천재 피아니스트가 문학적인 향기로 피이니스트로서의 인생과 연주에 얽힌 인의 생각을 표현한 책이라면 영화<크레센도>는 프로가 되기 위해 모인 전문 피아니스트들이 3주간 6곡의 경합을 하는 기나긴 여정을 담은 영상물이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여정과 우승 후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연주자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소프라노 조수미 선생님은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음악 인생이 때로는 집시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음악만 생각을 해야 하며 기나긴 고독과 싸워야하고 장거리 비행시간과 시차 적응도 잘 해야할만큼 체력도 좋아야 한다. 어느 호텔에서도 잘 자야하기 때문에 알렉상드르 타로처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연주자들은 수많은 알약을 구비해 연주 여행을 다겉보기에 화려해보이는 피아니스트들의 삶이 사실은 매우 힘든 직업인 것이다.


영화 <크레센도>에서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선우예권의 인터뷰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각의 파편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연주 해석, 연습 과정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 자체를 음악을 위해 갈아넣어야하는 연주자로서의 삶을 이 한마디로 농축시켜 표현한 말이다.


영화 <크레센도>를 보면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연주자들의 이루말할 수 없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국제 콩쿠르에 나가는 이유가 우승을 하면 180도로 다른 인생이 펼쳐지면서 세계 각국으로 연주 여행을 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관객에게 어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프게니 키신, 얀 리시에츠키, 비킹구르 올라프손처럼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지 않고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경우도 있으나 이런 축복을 받은 연주자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매우 힘든 길인데도 국제 콩쿠르 출전 우승을 하려는 것이다.


영화<크레센도>는 후반부에 갈수록 콩쿠르 우승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들이 출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었다. 실제로 이들은 각각 3위, 2위로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다.

https://youtu.be/ACvk5Xbq1Ck?si=e9viurvMYMfHXLpd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최연소 우승자(당시 만 18세) 임윤찬은 순수함과 야성미를 넘나드는 피아니스트이다. 숫기없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과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상당히 내향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무슨 생각을 하며 연주를 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생각없이 연주를 했다, 하늘에 계신 연주자들을 위해 연주를 했다고 대답하는 모습이라든가 우승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달라진게 없다는 임윤찬의 대답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하얀 도화지같은 청년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무대위에서의 임윤찬은 야수같다. 불꽃튀는 열정으로 연주한 임윤찬의 연주해석은 장대한 드라마같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연주한 곡들중에 준결승전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중 4번 마제파와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가장 유명하지만 영화 <크레센도>를 본 날 영상 속에서 그가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중 12번 <Chasse-neige, 눈보라>의 선율은 내 마음을 휘몰아치게 하면서 가슴을 저미게 했다. 격정적이고 비극적이면서도 때로는 달콤한 선율이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마냥 아름답다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이 음악은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표현한 인간의 삶처럼 느껴졌다.

https://youtu.be/ANCV3uG1GBg?si=7Btw8C-0xkk37QVk

https://youtu.be/29d-b0HAET0?si=iTapablp9aZRQKCB

비극의 대가 케네스 맥밀란은 리스트의 곡들에 심취했었다. 그는 리스트의 초절기교중 '눈보라'를 발레 음악으로 사용했다. 발레 <마이얼링> 중에서 침실 파드 되


인터뷰에서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것을 현실세계에 꺼내는

어려운 일도 음악가의 사명이다."라고 말한 임윤찬의 대답에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에너지를 느꼈다.  윤찬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은 나에게 그대로 전이되어 향기가 되었다. 잔향 정오래오래 갈 거 같다.

가운데 임윤찬(우승자), 안나 게뉴셰네(왼쪽 2위), 드미트리 초니(오른쪽 3위)


영화<크레센도>를 본 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음반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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