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대한 고찰

어쩌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선물을 주고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by 도하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너무 많은 고민으로 제풀에 지쳐 관둔다거나,

그냥 밥을 사주며 대신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격은 어느 선에서 해야 할지,

직접 뭘 좋아하는지 물어봐야 하는지,

그래도 현금이나 상품권이 효율적이니

가장 무난하게 가야 하는지


나는 상품의 가치를 알지만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모른다면?

반대로 알만한 브랜드가 아니면

안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은 뭘 줘야 할지를

고민하며 무엇을 주든 괜한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렇게 겨우 내 진심을 전하는 건 손편지였다


그러다 최근에 선물이라는 것에 대한

수만 가지 고민이 한결 가벼워진 경험이 있었다


최근 한파로 엄청 추운 날이었고,

점심시간에 회사 뒷문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패딩과 장갑으로 바람으로부터

최대한 방어 중이었던 나에게


평소 인사하고 지내는 경비아저씨가

본인도 추우시면서 장갑을 낀 내가

추우면 안 된다고 가지고 계시던 핫팩을 선물 주셨다


그때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았고

다음 날 그분을 뵙는다면 뭐라도 드려야 할 텐데의

고민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아무것도 결국 준비하지 못한 나는

일단 집에 있는 핫팩들을 여러 개 챙겨 나갔고

점심시간 나서는 길, 엄청난 추위에 동동 구르고 계신

그 분과 다른 경비아저씨를 만났다


별거 아닌데 지금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핫팩을 하나씩 드렸는데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그분들을 보며, 선물이라는 개념이 조금 달리 다가왔다


선물이라는 것은 물론 기념일, 이벤트에

내가 바라던 어떤 물건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어쩌면 정말 그 사람이 필요한 타이밍에

알맞은 것을 진심을 담아 건네는 것이

선물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분들 덕분에

평소 나의 선물에 대한 무거운 마음과

무의식 속에 박혀있는

남을 의식하는 마음이 가벼워졌달까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그 선물을 주는 나 자신에 심취한다거나,

그 선물을 받는 상대가 감탄해 주며 나의 센스를 칭찬한다거나,

나도 어떤 선물을 받았을 때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집에 또 하나 들이는 짐으로 느꼈다거나,

내 눈이 너무 높아진 나머지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어떻게 보면 세심함일 수 있지만

달리 말하면 너무나 많은 잡생각으로

많은 의미부여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선물은 꼭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오늘 사람이 그리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값비싼 선물을 받지 않아서,

물질적으로 뭔가를 하기엔 부담이 되어서 등으로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꽤 많은 선물을

일상에서 서로 주고받고 있을지도 모르니깐


+ 일전에 큰 스님께서 '보시'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보시는 물질 뿐만 아니라, 단정한 모습,

따뜻한 말 한마디 등으로 행할 수 있고,


보시를 행하고 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이미 내 손을 떠난 부분이니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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