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으로 매길 수 없는 한정판을 가져보다
때는 2014년 11월,
학교 근처에 좋아하는 보세 옷가게가 있었다.
겨울은 무스탕! 무스탕을 사고 싶다는 마음에
옷가게 메인으로 걸어둔 검정 무스탕에 반해버렸고,
몇 번씩 가게에 들러 사장님께 재고가 몇 개 남았는지 물어보기를 반복했었다.
무스탕은 1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고,
지금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때는 더욱 큰 값으로 느껴져 구매로 이어지기엔 선뜻 망설임이 있었다.
남동생과 친하게 지내는 터라
무스탕 이야기를 꽤 했었는데,
하루는 남동생이 저녁에 서울을 도착할 것 같으니
집 앞 역에서 보자고 하며, 무스탕 파는 가게의 영업시간이 언제까지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역으로 나가니 동생은 평소와 달리 큰 배낭을 매고와선
"누나, 저녁 먹기 전에 가게부터 가보자"며 나를 이끌었고, '옷가게는 갑자기 왜?'와 함께 마감 직전인 가게로 갔다.
내게 남동생은 사이즈가 어떤지 입어보길 권유했고,
살 것도 아닌데 너무 자주 입어보기만 하면 어떡하냐고 머쓱해하는 찰나에 남동생은 배낭에서 커다란 빨간 돼지저금통을 꺼내어 카운터 위에 올리며 말했다.
"사장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금통에 있는
지폐와 동전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방해되지 않게 얼른 정리해서 드릴게요!"
"누나, 그동안 내가 모은 돼지저금통인데 누나 생일 겸,
나 군대 가기 전 선물로 사줄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커다란 돼지저금통의 모습 등에 당황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께서는 동생의 순수한 모습에 적잖게 놀라고 감동했다며 셔터 문을 닫고 나와 동생과 함께 저금통에 있는 지폐와 동전을 세어주셨다.
그렇게 동생의 소중한 돼지에서 완성된
지폐와 동전으로 계산을 마치며 갖고 싶은
무스탕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20대 겨울, 따뜻한 바람막이를 시작으로
헛헛한 나의 마음속 냉기를 온기로 채워주는 그 무스탕에는,
사장님의 친절함과 동생의 순수함이 녹아 있다.
그래서 조금 쑥스럽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정판'을 가져보았다고 말해본다.
욕심도 경쟁으로 종종 살고 있는 30대의 저에게,
당시의 순수함이 만들어준 추억은 '그럼에도! 진정한 가치와 진짜'를 느끼게 해 줍니다.
모두 안전을 우선으로 무탈한 9월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