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어디에 있나?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주 공간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영화 속 장면으로 익히 봐왔었지만 내가 있는 곳과 연관 지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있는 곳을 공중 10m에서 바라볼 때와 그보다 더 위에서 바라볼 때, 그 장소는 각각 다르게 보인다. 더 높은 곳에서 촬영한 사진의 피사체가 더 낮은 곳에서 촬영한 피사체 보다 더욱 작게 보인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도 당연한 결과지만 정작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눈이 지각하는 것은 물체의 크기가 아니라 물체가 눈에 들어오는 시각이다. 같은 물체라도 눈으로부터 멀어진다면, 시각이 작아지기에 물체가 작아 보이는 것이고 눈으로부터 가까워진다면, 시각이 커지기에 물체가 크게 보이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정작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몰랐다. 너무도 당연한 현상에 대해 이유를 기술하고 탐구하는 과정, 그것이 자연과학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를 밤하늘의 별이나 달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우리가 밤하늘을 볼 때, 지각하는 천체의 크기는 각 지름(angular diameter)에 의해 결정된다. 각 지름이란 멀리 떨어진 어떤 물체의 크기를 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이 천체가 눈에 들어오게 되면 각 지름은 저절로 시청자의 시각(visual angle)이 된다. 달의 각 지름은 0.5도이다. 태양의 경우, 달과 각 지름이 같은데, 이 이유는 태양과 지구간의 거리와 달과 지구 간의 거리의 차이에 있다.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는 달과 지구 간의 거리 보다 훨씬 더 길다. 크기는 작아도 비교적 가까운 달과 달리 태양은 크기는 크지만 달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 위치해 있기에 우리가 태양을 보는 시아 역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두 천체의 각 지름이 같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계기 일식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이제 내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먼 곳에서 지구를 본다. 그 보다 더 멀리 떨어진다면, 지구와 그 옆을 공전하고 있는 달이 있다. 그 보다 더 멀리 떨어진다면, 태양과 그 괴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km와 m가 아닌 AU라는 단위를 사용하게 된다.
AU란 astronomical unit의 약자로 천문단위를 뜻한다. 태양과 지구간의 거리는 1.5ⅹ108 km로, 이는 천문 단위인 1AU라고 할 수 있다. 1AU=. 1U=1.5ⅹ108 km, 꼭 기억해두자. 여기서 더 멀어지면 태양계 전체를 볼 수 있고 더 멀어진다면, 작은 점처럼 보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태양이 점처럼 보이는 이유는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우리의 시각 또한 작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더 멀어진다면, 태양계의 이웃 행성들을 볼 수 있다. 여기 서부터는 AU와는 다른 단위를 사용하는 데, 그것이 바로 광년이다. 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갈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빛은 1초에 무려 30만 km를 향하게 된다. 이를 1년 동안 가게 된다면 무려 1013Km를 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무려 10조에 해당한다. AU로 따지자면 63000AU에 해당한다. 태양계와 가까운 행성은 무려 4.4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이는 빛의 속도로 4년하고 0,4년을 가야 도착할 거리이다. 이 거리를 듣다 보니 우주 탐사는 정말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계와 그 주위의 행성 들로부터 더 멀리 떨어지면 우리 은하가 보이고 그 보다 더 멀리 떨어지면 우리 은하 주변에 있는 여러 은하들을 볼 수 있다. 태양계의 주변엔 40여개의 은하들이 있다. 우리 은하와 가장 비슷한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인데, 이는 우리 은하로부터 250만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250만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는 우리가 전부 다 알 수 없고 갈 수 없는 장소로 넘쳐나는 곳인 것 같다.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지면 여러 은하들이 모인 은하군들이 보이고 더 멀리서 볼 경우 은하군들이 모인 은하단을 볼 수 있다. 은하들이 수백 수천이 모인 곳을 초 은하단이라 부른다. 이러한 초 은하단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 곳이 우리가 있는 우주를 가장 멀리서 본 풍경이다. 이 신경세포와 같이 연결되어 있는 초 은하단의 집합을 보니 어쩌면 영화 속에 나오는 평행우주와 외계인들이 존재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언제인가? 이는 우주가 탄생된 이후 지금은 얼마나 지났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우주는 빅뱅이란 대폭발로 인해 탄생하였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 역시 낮아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별과 입자들이 탄생되었다. 이 시기에 수소와 헬륨이 생겨나 별과 은하들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별들이 탄생과 죽음을 거치며, 은하들이 변화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우주의 나이는 137억광년이라 한다. 이를 알고 나니 나의 삶이 정말 짧다고 느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더 던져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지금의 시점의 태양일까? 답은 아니다. 태양의 빛은 지구에 오기까지 8분이 걸린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약 8분 전의 태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별들 역시 빛이 지구에 들어오기 전의 별들의 모습이다.
밤하늘은 왜 어두울까? 이에 대해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일정 시간대엔 태양이 비추지 않기 때문이라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다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과거에 올베르스라는 학자가 한 질문이다. 올베르스는 관측자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밤하늘의 별은 많아지고 결국 수많은 별로 인해 밤하늘은 대낮 같이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것을 올베르스의 역설이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허블이 망원경을 이용해 밝혀내게 된다. 우주는 팽창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천체들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멀어져가는 별빛은 우리에게 더 긴 파장의 빛으로 보인다. 이 빛이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으로 바뀐다면 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몇몇의 별들의 빛은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그 파장 역시 길어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 된 것이다. 이는 우주가 별들로 가득 차지 못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 말고도 그 밖에 다른 이유들이 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우주가 탄생한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가 탄생하고 빛이 이동한 거리인 137억광년 이내에 존재하는 별 들에서 출발한 빛만 볼 수 있다. 따라서 별들로 꽉 찬 밤하늘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또 별들에게도 수명이 있기에 사라진다. 모든 별들이 밤하늘을 채우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과거엔 종교의 영향으로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아가는 천둥설이 지배적이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학자들은 이 사실을 발판 삼아 지구 중심설을 주장하게 된다. 여기서 에우 독소스가 주장한 동심천구설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지구를 중심으로 원모양의 천구의 껍질이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엔 역시 한계가 있었는데, 태양의 회전을 설명하는데 있어 천구의 개수가 많아야 하며, 일부 행성의 역행운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후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코페르니 쿠스가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게 되고 이는 행성의 역행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되었다. 코페르니 쿠스는 해당 주장을 한 뒤 곧바로 사망하였기에 별다른 처벌은 받지 못했으나, 다른 이가 이 주장에 의해 희생되게 된다. 부르노 죠르디는 코페르니 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고 무한 우주론을 주장하다가, 결국 화형에 처하게 된다. 이후 1899년에 여러 작가들에 의해 그의 명예가 다시 회복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