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이란게 있을까?
세상에 돈도 잘 버는데, 재미도 있고,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그런 일이 있다고 믿어왔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또 즐거워하는 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쫓다보면 돈이 나를 쫓아올 것이라고들 말한다. 내가 휴학을 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말과 관련이 있다. 일단 돈이 나를 쫓아오게 하려면,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일이 생겨야 할테니까. 휴학하기 전 나는 학교와, 취업에 대한 걱정과, 온갖 불안에 휩싸여 무언가를 쉽사리 사랑하기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휴학을 한지 4개월차에 접어드는 지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무언가를 쉽사리 사랑하기 힘든 사람인 것 같다. 그게 일이라면 더더욱.
다들 학창시절 좋아하던 연예인이 있었는가. 나는 없다. 먼저 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내 뇌 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늘 궁금했다. 학창시절 연예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놀랍게도 첫사랑이라 부를만한 간질간질한 경험도 없다. 잘생겼으면 아 잘생겼네~였고, 성격이 좋으면 음 팀플 같이하기 좋겠네~ 정도였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살아 숨쉬는 인간도 제대로 좋아해본적이 없으니, 취미도 제대로 가져봤을리가 없다. 중학생 때는 책읽기에 빠져 살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공부하면서 보는 활자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쳐서 책을 멀리했었다. 대학을 온 이후에는 고등학생 시절 후유증으로 '활자거부병'이 지속되서, 최근에 들어서야 회복중이다. 그래서 대학을 온 이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봤다. 이전부터 관심가져 왔으나 기력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들. 다이어리 꾸미기, 오일파스텔로 그림그리기, 소설 쓰기 등등.
모두 한달... 이 뭐야 2주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과정 자체보다는 그 과정으로 인해 완성되는 멋진 결과물에만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사실 취미는 강제성이 없고 자신이 정말 원해서 하는 활동인데 긴 과정보다는 짧은 결과물에만 집중하니 애정을 가질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결국 모두 패스.
그러던 와중 과외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하며 '이거 재밌는데?'라는 감정을 느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혹시 이거 천직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삐빅, 오답입니다'라는 걸 알게되었다. 무려 1년이 지난 뒤에야.
휴학 이후 돈이라도 많이 벌어보고자 찔끔찔끔하던 과외 갯수를 확 늘렸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일을 해보면서 나는 일이 아니라 일이 가져다 주는 '돈'을 사랑해왔음을 알게됐다. 과외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 중 시급이 가장 높은 일 중 하나다. 아마 시급이 낮았으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내 천직이야!라고 착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 많이 버는 일이 내 천직인가.
학원 외주 업무를 받아 투잡 시장에 뛰어들며 과외는 이전보다 더 재미없어졌다. 새로운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시급 높은 일을 바라던 나에게 새로운 일이 주는 즐거움은 신선했고, 그래서 더 달콤했다. 외주 업무라 일이 정기적으로 오지 않는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데, 나는 돈을 벌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말로 일이 재밌어서 새로운 업무를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투잡인으로서 어언 3개월차에 다다른 지금 나에게 즐거운 일이란 없다. 해야하는 일만 있을 뿐.
처음에는 즐겁고 재미있었던 일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결국에는 '해아 하는 일'로 바뀌어버린다. 딱히 할 건 없지만 일은 하기 싫은데, 와 같은 마음이 반복되면 결국 해야 하는 일은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린다.
아아,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가.
하기 싫은 일을 간신히 해내는 삶은 내 환상 속에 존재하던 활기찬 커리어우먼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끔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벌 수록 계속해서 쌓여만 가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을 '더'하고자 한다.(7월달부터는 현재 이용 중인 과외어플에서 운영하는 특강 조교로 근무를 시작한다.) 모든 사회인이 알고 있는 진리를 이제서야 하나 둘 어렴풋이 깨달아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편은, 초짜 사회인인 내가 돈을 '쓰며' 느끼는 것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번 내 돈'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다음 글로 찾아오기 전까지, 모두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