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찝찝한 엔딩

by 장은혁

나는 가끔 내가 만족할 만큼의 밀도를 가진 글을 쓴다. 그런 글을 쓸 때에는 그동안의 쌓여왔던 찝찝한 엔딩의 글쓰기들이 모여서 청산되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오늘의 글쓰기는 조금은 생각 없이 쓰는 찝찝한 엔딩의 글이 될 것 같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난 후, 예상보다 더 즉각적이고 뜨거운 반응에 사실은 며칠간 정신을 못 차렸다. 뭐랄까 갈증이 있는 참에 내 눈앞에 우물이 터졌달까.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어떤 통로를, 고립감을 느끼는 도중에 발견해 버린 것이다. 내가 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나의 감각과 판단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확신이 들 때에는 나의 독단에 대한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글을 쓰며 만든 어떤 이상적인 나의 가면. 하나의 역사적 사료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각자의 진실을 품고 있는 것처럼 그건 나의 일부를 품고 있지만, 그것만이 나는 아니다. 글을 적을 당시에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제는 더 많은 내가 공존한다. 그리고 지금의 난 현재 상태에 대한 의심을 잃지 않으면서 현재를 누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처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처음의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계속 쓰다 보면 내가 되고 싶었던 정직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한 때 글로 쓰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 생각을 정리하는 생각들, 그리고 바라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서 계속한다면 그것들이 모여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 같은 어떤 방향을 내게 쥐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고서 나는 매일 일기를 적겠다고 다짐했었다.


2025/1/14 첫 공개일기. '시 폴더 창고정리 (2)' 글은 그 이후로 방치되었다..

이제서야 내가 써온 것들의 양과 그게 품고 있는 그때의 지금들을 돌아보니, 단지 예전의 글 하나를 본 것뿐이지만, 과거에 내가 꿈꾸던 것의 일부에 내가 도달해 있다는 조금 희망찬 감상에 젖게 된다.






무언가를 관성껏 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의 마음에서 그건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강물이 흘러가듯 유유히, 떠내려가는 해초같이 가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나에게 의무란 어느 상황에서든 지키는 것이고, 그것은 관성에 따라갈 때에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내 일면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는지, 혹은 될지에 관계없이, 매일 글을 쓸 것이다. 이 선언이 나의 작문 실력, 혹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품의 민낯을 드러내어,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 독자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나는 나를 다시 포장했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고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따라 하는 모방자. 나는 결국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에 진실이었던 선언이 지금은 위선이라면, 그 선언은 수정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순간은 내게 많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꿈과 절망 중 어느 것도 잊지 않았다는 약간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고 싶다.






오늘의 노래

DEAR MISS HOLLOWAY - hard life, Kevin Abstract

오늘부터 일찍자고 아침밥 부모님이랑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일단 자야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