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아침이다. 보통 하루를 돌아보거나 즉각적으로 무언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때에 글을 쓴다. 별 생각이 안 드는데 글을 쓰는 건 나름 새롭다. 최소한 무료하고나 무언가 공허할 때에 글을 쓰는 경우가 다수인데 말이다.
등산하러 가는 길이다. 부모님이 등산을 좋아하셔서 수능이 끝나고 나서 우리 가족은 종종 산에 소풍을 나간다. 가방을 챙겨 뜨거운 물을 가져가서 마트에서 라면을 사고 분식집에서 김밥을 싸간다. 어제 4시에 가까이 자서 그런지 다른 생각이 안 나고 머리가 텅 비었다. 머릿속이 화이트아웃이 돼서 몸이 노곤하다는 것 말고는 별로 감각이 없다. 산까지 가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리니 좀 자자. 아 근데 나무젓가락은 중대사항이다. 한마디 거들고, 다시 자자.
분명 출발할 때에는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등산 중에 늦게 자서 그런지 이유 모를 약간의 두통과 짜증이 있었다. 짜증이 나면서도 차가운 공기에 피부가 상쾌해지는 느낌은 묘했다. 차가운 공기에 익숙해지니, 우둘투둘하게 잎 없이, 마치 모두가 가시나무인 것처럼 뻗어 있는 나무의 모습들이 왠지 눈에 띄었다. 무릎이 펴지면서 허벅지에 뜨거운 감각이 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내딛는 걸음에는 어떤 희열이 있다. 부모님을 따라서 자주 등산을 갔더니 나도 어느새 등산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한 발짝씩 돌과 나뭇잎을 디디며 다리를 움직였다. 힘들지 않지는 않다. 숨과 땀이 차오른다. 하지만 나는 가야 하는 방향을 안다. 어느새 꼭대기는 도둑처럼 찾아온다.
정상에서 보는 바다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오늘의 노래
Good News - Mac Miller
Upli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