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깊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탁 트인 곳에 도달할 거라 착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깊고 깊은 골짜기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내려가고 있는 줄도 몰랐다. 도대체 언제 정상이 나오냐고 불평하며 걷고 있었는데 지난 몇 달간 돌아보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던 걸 미처 몰랐다.
오늘 큐티 말씀은 잠언 3장 1절~10절이다.
지혜가 너무 필요한 요즘 10월부터 잠언 묵상을 한다길래 반가웠다.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까 기대도 됐다. 하나님의 말씀과 명령을 따르라, 기억해라, 왜 안 하냐 책망하시는 듯했다. 지금 나의 선택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느라 바쁜 날 발견했다.
오늘도 여전히 말씀하신다.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
너는 마음을 다하고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교만했던 나를,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고 있던 나를, 내 힘으로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를 하나님이 단번에 꺾으셨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통해 좌절감, 수치심, 무력감을 느끼며 무너지게 하셨다. 결국 난 그 교실에서 도망 나왔고 도망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나님께 핑계 대고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상황 속에 던져버리셨냐고 원망하면서........
미세한 하나님의 음성이 내 마음 한편에서 들린다.
'널 사랑해서야.'
울컥했다.
'더 이상 교만하지 말라고, 더 이상 너 스스로를 높아지지 말라고 광야로 보낸 거야. 나만 의지하라고......'
3월부터 참 힘들었다.
처음엔 당황했고 화났고 나중엔 하나님을 원망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회복시키실 거라 믿었다.
사울과 압살롬에게 쫓기던 다윗을 보면서, 무너진 성벽을 세우고 말씀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회복했던 스룹바벨과 에스라를 보면서 기대했었다. 그런데, 결국 난 병가를 내고 도서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다.
나를 가득 채운 단어 '실패!'
나의 선택이 옳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난 다시 교실로 돌아가서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쉬기를 선택했다.
골짜기를 지나며 계속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애쓰고 있다. 아직도 음침한 골짜기가 남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있다. 매일매일 묻고 또 묻다 보면 이곳을 벗어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능하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