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에 대한 고민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다가

by 해피써니

이지성 작가는 첫 장부터 인문 고전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봄직한 역사 속 인물들이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얼마나 똑똑해지고 위대한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었다. 거기까진 기꺼이 오케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현실을 읽으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학교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콕콕 집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학교의 역사'를 거론하며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은 쉽게 수긍하질 못했다.


이지성 작가의 글을 옮겨본다.


학교 교육은 프러시아(프로이센)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프러시아는 유럽 열강의 반열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전쟁터로 달려가는 군인들과 공장에서 쉴 새 없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육체 노동자들이 필요했다. 그 두 가지는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중략)


후일 프러시아는 독일제국에 합병되었다. 독일제국은 프러시아의 교육제도를 한층 더 발전시켜서 아예 군대식 학교를 세웠고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영국은 1860년에 의무교육, 즉 공립학교 교육을 법적으로 제도화했다.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도 프러시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숙련된 공장 노동자가 무한정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농민의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제는 프러시아 즉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제도를 그대로 수입해서 당시 식민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일제를 패망시킨 미국은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서 당신이 받은 학교 교육과 지금 우리나라 십 대들이 받고 있는 학교 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게 목적이었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중략)


만일 인문고전을 지필 한 위대한 천재들이 우리나라의 학교제도를 보면 뭐라고 말할까? 십중팔구 학교의 두뇌를 죽이는, 창조성을 말살하는 노예를 만드는,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하루빨리 개혁해야 할, 민족의 운명을 걸고 반드시 새롭게 고쳐야 할 그 무엇이라고 말할 것이다.(후략)



물론, 작가는 학교를 부정하거나 다니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교사와 교육부 역시 프러시아에서 유래된 나쁜 공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피해자로 생각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두뇌를 죽이는, 창조성을 말살하는 교육이라는 표현이 낯 뜨겁다. 그대로 인정하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기분이라 어렵고, 인정하지 않으면 반박할 근거가 필요한데 나 역시 학교 현장에서 공부를 할수록 지겨워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기에 쉽게 부정하지도 못한다. 내가 공교육에 있으면서도 우리 집 아이가 한 명씩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엔 검색창에 '대안학교'를 입력하는 이유다.(실제로 주변에 공립학교 교사이면서 아이는 대안 학교를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실 안에서 토론 교육도 하고, 독서 교육도 하지만 그저 수업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었다. 학교에서는 학년마다 해야 할 교육과정이 있고, 그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이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10년 전쯤, 고전 독서에 대한 교사 연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사는 인문 고전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고전 독서 수업을 하고 있다며, 최고의 고전은 '성경'이라고 생각해 가정에선 두 딸과 함께 성경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이 배움 기쁨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인문고전 독서라면, 충분히 도입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겠다. 당장 우리 집 아이들부터 적용해 보고 싶긴 하다.


개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시작한 독서에서 또다시 학교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니, 어쩔 수 없는 교사인가 보다.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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