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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an 10. 2024

꾸준함이 진리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

  나름대로 글쓰기에 자신 있었는데 쓸수록 어려웠다. 고심해서 첫 문장을 시작해도 몇 줄 쓰다 보면 메말라 버린 우물처럼 바닥이 드러났다.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들이 글이 되기도 전에 뒤죽박죽 엉켜서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되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묶여버린 실타래의 실을 잘라버리고 다시 시작하곤 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조언은 '꾸준함'이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매일매일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 듯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작가마다 자기만의 글쓰기 비법도 제시하긴 하지만 결국, '매일 써야 글이 는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었다. 매일 쓰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글을 쓰는 일이 직업도 아닌데 글 한 편을 완성하려고 몇 시간씩 붙들고 있는 건 일상에 큰 무리가 되었다. 얼마 못 가서 손을 놔버렸다. 그러다 방법을 바꿨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처럼, 매일 한 편을 완성하기는 버겁고 매일 1시간씩 쓰기로 했다. 무조건 1시간 동안 앉아서 쓰는 거다. 다 못 써도 상관없다. 그저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이걸로 글이 늘까, 의심스럽긴 했다.


  그러다 합주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한 선생님이 학생들 악기 지도에 관해 말씀하시는 걸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에게 칼림바 연주방법을 알려주고, 두 달 후에 평가한다고 예고하면서 매일 한 번씩만 연주해 보라고 하신단다. 시험을 며칠 앞두고 죽기 살기로 연습한 학생들에 비해 정말 딱 한 번씩 매일 연주했던 아이들은 연주 실력이 향상되서 온다는 말씀을 하시며 조금씩이지만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합주단 역시 마찬가지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붙어 있기만 해도 실력은 향상된다. 합주단에 입단해서 단기간에 불같이 연습한다 해도 따로 연습하지 않고 10년, 20년 합주단에 붙어있는 사람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사실 수학을 너무 어려워하는 우리 집 아이를 공부시키며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이 매일 1시간씩만 하자는 거였다. "한 시간 동안 두 문제밖에 못 풀어도 괜찮아, 매일 1시간씩 수학적 사고를 하며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행위 자체를 뇌가 기억할 거야."라고 격려하며 해나가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만 몰아서 할 때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수학 개념을 잊어버리기 전에 반복해서 잘 기억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과정을 뇌가 기억해서 문제 해결력이 향상되는 걸 볼 수 있었다.


  비록 한 번이지만 악기를 매일 연주하는 것, 매일 1시간 동안 2-3문제밖에 안 되는 문제일지라도 꾸준히 푸는 것처럼 매일 짧은 시간이지만 글쓰기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역시 나의 개똥철학일지 모르지만, 이 행위 자체를, 몇 줄이라도 쓰기 위한 사고의 과정을 뇌가 기억하면서 나의 글이 성장해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아니, 브런치에 붙어만 있어도 어제보다 나은 글이 써지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발행을 하든, 하지 않든 한 시간씩 브런치에 머물러 있다. '꾸준함'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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