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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Aug 08. 2024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

동굴에 다녀왔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그 둘이 자라서 합쳐진 석주를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그것들이 생겨난 과정들이 글로 적혀있어 읽어보았다. 동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종유석이 생기고, 같은 자리에  바닥에 떨어진 물이 석순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자리에 석순이 자라나는 건 아니다.  아래로 떨어진 물에 다른 퇴적물이 쌓이면 덮이게 된다.


그러니 종유석과 석순이 같은 자리에 생겨나는 것 자체도 신기한 일이고, 그 둘의 간격을 5센티 정도 줄이는데만 200~300년이 걸린다니, 그 둘이 만나 석주가 되는 과정도 기적같은 일이다.


동굴에 들어가면 천장에 매달려있는 종유석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된다. 마치 샹들리에 같기도 하고. 고드름처럼 보이는 것들이 한데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그러다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 된 석주를 보게되면 그제서야 아래쪽에 위치한 석순을 알아보게 된다.


순간, 좋은면만 보여주고 싶은 내 마음이 오버랩되었다. 멋지게 매달린 종유석만 좋아하고, 아래쪽에 떨어진 물들은 자꾸 다른 퇴적물로 덮어버리려 하는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종유석 자체만으로도 물론 멋지지만, 아래쪽에서 오랜 세월 자라난 석순과 그 둘이 합쳐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종유석과 석순이 자기답게 자라나 멋진 석주가 되는것처럼.. 나의 장점은 물론이고, 부족한 면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월이 지나  그것들은 모두 나만이 가진 고유의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특성들이 나란 사람을 이룬다는 것. 그래서 완전한 내가 되는 것임을. 보이기 싫은 면들이 수면위로 드러날 때면 머리가 아프고, 몸에 신경들이 곤두서는 느낌이지만.. 머리로 아는 그것을 이제는 몸으로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좋고 싫은 모든 것들을 껴안는다는 건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부족한 점을 고치려는 노력보다 어쩌면 더욱 필요한 자세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것일 테다.  


부끄러운 면이 누군가에게 보여져도 괜찮고, 나도 그러니 상대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싶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주변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그걸 통해 나를 다시 거울보듯 돌아볼 수 있으니, 즐거운 시간이다. 나의 다면적인 모습을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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