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글이 Aug 08. 2024

건너가는 자 최진석

<건너가는 자>는 붓다의 반야심경을 주제로 한 인문 철학서이다. 그의 지난 저서를 읽다 건너가다는 의미를 알게되었고, 건너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다짐을 했던 터라 책의 제목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제목을 보면, 어디로? 건너가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어느곳을 목적지로 삼아 건너가야 하는걸까. 하지만 그는 말한다. 건너가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건너가는 것의 목적지는 없다고.


자신이 아는 것을 디딤돌 삼아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이 모습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태도라 말한다. 결국, 건너간다는 말은 나 자신다운 모습으로 간다는 뜻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못한다. 타인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좇아가게 되고, 내가 정한 기준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맴돌며 살아간다.


나답게 사는 것이 말은 쉽지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 모습만 중요하게 여긴 시간도 있었고, 반대로 나다운 것을 찾는데에만 치중한 시간들도 있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분명 기쁨이었지만, 그렇게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나다운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은 아는 것의 영역이고, 후자는 행동하는 영역이라 그런 것 같다.


건너가는 자에서 강조하는 핵심도 결국은 행동이다. 안다고 행동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으니까. 지식과 지혜를 행동으로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내려는 노력, 발버둥치는 행위들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것이고, 그것이 열반에 이르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무소유의 개념도 청빈한 삶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위하여 덜어내는 것이다. 고정된 생각과 상념에서 벗어남이 무소유의 진정한 뜻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내가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는 데에서 집착과 욕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실망하는 것도, 화가나는 것도 모두 내 뜻대로 안 되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려면 그 주체는 내가 아닌 상대가 되어야 하기에, 그걸 모르는 무지에서 고통이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글로 읽거나 말로 들으면 다 아는 것이지만, 실제로 관계에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얼마나 힘든 것인가.


그러니 지행일치의 삶을 사는 것은 열반에 이르는 과정이기도 하지 않을까. 나다운 것을 찾은 삶이 그저 행복하기만 바란다면 그것도 무지한 생각인 것 같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 표현하고 있다. 그 속에서도 나다운 것을 찾아내고, 그렇게 살기위해 부단히 건너가려는 노력을 해야 인생이 좀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어떤 환경이든 주어진 자리에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값진 시간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불교경전을 외우는 것보다 나 자신을 알고자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이다. 결국 경전은 스스로를 강하게 옥죄는 족쇄가 되기보다 자신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우리들의 삶을 위해서.


책은 반야심경을 토대로,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있었던 용어들의 뜻을 깊이있게 탐구하는 시간이다. 건너가는 자의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건너가야 하는 지,  나아가 인생의 의미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