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업의 조건

왜 어떤 회사는 돈을 벌고, 어떤 회사는 무너질까

by 류연X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한 『HBR Guide to Buying a Small Business』가

‘인수창업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인수창업(ETA, Entrepreneur Through Acquisition)은 새로운 사업을 창업하는 대신, 이미 운영 중인 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하는 방식이다.


1980년대 스탠포드 MBA 졸업생이 창업을 고민하자, 지도교수가 “굳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보다, 매각 의사가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피터 틸의 'Zero to One'과 같은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미 고객과 현금흐름이 확보된 회사를 인수하여 시작하는 방식은 전문 경영인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ETA가 MBA 졸업생들의 하나의 커리어 옵션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에서는 가업 승계 문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 중소기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지방 금융기관들이 전문 경영인을 투입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성공 사례도 점차 축적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향후 10년 내에는 한국에서도 가업 승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충분히 의미 있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인수창업에 적합한 사람의 특징부터, 자금 조달, 딜 소싱, 인수 마무리까지 실무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이미 M&A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내용들이 많지만,

필자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10장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소규모 기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난 해에 인수한 두 회사의 성과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에 특히 그러했던 것 같다.


'25년 6월에 인수한 회사 A는 인수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가 100% 이상 실현되며 이미 투자금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 반면,

같은 해 8월에 인수한 회사 B는 인수 이후 여러 사정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렸다.

(회사 B를 운영하다 보니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가 많이 생각났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인수했음에도 왜 결과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이라는 개념을 다시 보게 되었다.


번역본에서는 단순히 '지속 가능한'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원서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ustainably’나 ‘consistently’가 아니라, ‘enduringly’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sustainably'는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대중적인 표현이고, 'consistently'는 기복 없이 이어진다는 의미에 가깝다면,

'enduringly'는 '모진 풍파와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다'는 뉘앙스에 가깝다.


결국 저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도, 좋은 사업이란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사업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이러한 ‘enduringly profitable'한 기업을 찾기 위한 질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한다.


1. 이 회사는 시장에서 충분한 평판과 신뢰를 구축했는가

2. 경쟁자가 없거나 진입이 매우 어려운 구조인가

3. 고객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고객의 운영에 필수적인가

4. 고객의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깊이 통합되어 있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가


여기에 개인적으로 하나의 질문을 더하고 싶다.


5. 영업이 특정 key man의 관계나 captive 물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실제 경험상, 이 질문 하나로 투자자들이 딜을 drop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상기 5개 핵심 질문들 각각에 대해 개인적으로 경험해 온 여러 회사의 사례들을 정리해두면, 앞으로 다른 회사들에 대한 인수 검토를 할 때 playbook처럼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 하나마다 다루자면 글이 무척 길어질 것 같아 글을 나누어서 한 편씩 작성해서 업로드하고,

마지막에는 이러한 저성장이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지닌 회사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어떤 수익률(IRR)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리해볼 생각이다.


계획대로 초안이 작성된다면 앞으로 더 나은 사례를 보거나, 새로운 핵심질문이 추가될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될 하나의 좋은 memo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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